입력 : 2015.04.16 09:19
삼성그룹의 화학·방위사업 부문을 한화그룹에 넘기는 '빅딜'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삼성과 빅딜 4사 직원 간 '위로금 협상'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지요. 일부 직원이 '매각 전면 철회'를 외치며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직원들의 진짜 관심사는 '위로금 액수'라는 게 정설입니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빅딜 4사 직원들은 1인당 1억원 이상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직원들은 2013년 삼성코닝정밀소재가 미국 코닝에 매각될 당시 직원들이 위로금으로 6000만원을 받았는데 그 보다 더 많이 달라는 것입니다. 이 요구대로 직원 8200명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면 위로금 총액 8000억원이 넘어 4사 매각 가격(약 1조9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매각 대상 기업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일은 유례가 별로 없는 일입니다. 기업을 인수하는 한화그룹이 5년간 고용 유지를 약속한 마당이라 더더욱 위로금을 받을 명분이 약해집니다. 위로금은 대개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직원들을 강제로 내보낼 때 지급하지만 이때도 액수는 회사 재정 여력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위로금' 논란은 사업 구조 개편을 막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삼성코닝정밀소재의 경우 2013년 당시 당기순이익 7944억원에 현금성 자산만 2조8700억원의 탄탄한 회사였습니다. 이에반해 빅딜 대상 4사의 경영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각각 1180억원, 235억원 적자(赤字)를 냈습니다. 이런 마당에 직원들에게 거액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편이 나쁜 회사의 곳간을 통째로 열어 직원들끼리 나눠 갖는 잔치나 마찬가지입니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삼성테크윈이 자랑하던 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조립 사업부에서는 잔업·특근 거부에 따른 생산 차질이 벌어져 한 차례 납기(納期)가 지연됐고 이에 따른 보상금까지 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잉 같은 해외 대형 발주처는 삼성테크윈의 움직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매각 통보로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신분이 바뀌는 직원들의 상심(傷心)이 클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위로금 액수 문제로 감정싸움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회사의 존립 기반이 허물어져 더 큰 구조조정의 부메랑이 닥쳐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