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16 09:48
[분기마다 20%씩 성장하는 모바일쇼핑 시장… 수익성은 기대 못미쳐]
몸집만 커지는 소셜커머스 - 쿠팡 작년 매출 138% 급증
영업적자는 매출의 3분의 1… 티몬·위메프, 200억대 영업손실
죽기 살기 식의 '치킨게임' - 1~2개 강자 중심 시장 재편
"아마존도 市場장악후 흑자로" 일부 제품 원가 이하 판매도
지난해 4분기부터 소셜커머스 업계 1위로 올라선 쿠팡은 온라인 판매를 중계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들이 물건을 사들여 직접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다이렉트 커머스'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만 물류·배송 부문에 15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국에 물류센터 1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와 정면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정체 상태에 빠진 가운데 모바일 쇼핑 시장이 매 분기 20%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티켓몬스터(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매출의 70% 이상을 모바일로 채우며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수익성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면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 선점(先占)을 위한 출혈(出血) 경쟁에 나서면서 모바일 쇼핑 업계가 죽기 살기 식의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우울
지난해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 거래액은 14조8086억원으로 2013년(6조5596억원)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분기 거래액으로 보면 2013년 1분기 1조1274억원에서 작년 4분기에는 4배 수준인 4조8756억원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국내 대표 온라인 쇼핑몰인 G마켓에선 모바일 매출 비중이 지난해 초 20%대에서 연말엔 40%대까지 치고 올라갔고, 홈쇼핑 업계 1위인 GS샵에서도 모바일 쇼핑 매출은 PC쇼핑을 넘어서 TV홈쇼핑의 4분의 1 수준까지 급증했을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모바일 비중이 70~80%에 이르는 소셜커머스 3사의 외형(外形)은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2013년보다 138% 급증한 3485억원을 기록했고,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37%, 135% 늘었다.
이렇게 몸집은 커졌지만, 영업실적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매출의 3분의 1을 웃도는 1215억원에 달했고, 티몬과 위메프도 각각 2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자산(資産)보다 부채(負債)가 더 많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 등 경영진이 지분 매각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염두에 두고 외형 성장에 집착한 데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마케팅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기의 '공동구매' 모델이 퇴색하고 온라인 쇼핑몰과 비슷해지며 차별화 요소를 잃은 것도 마이너스가 됐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소셜커머스 업체는 규모 면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상품 조달 능력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가로 맞서다 보니 이익을 얻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만 살아남는 시장…경쟁 본격화
전문가들은 모바일 쇼핑 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구조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이 장악한 이동통신 시장이나 네이버가 주도하는 인터넷 포털처럼 결국 소셜커머스 업계도 승자(勝者) 독식의 형태로 재편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부 제품을 원가(原價) 이하로 팔고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더라도 시장을 장악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아마존도 계속 적자에 시달리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에서 탈락하는 업체가 가시화되면서 협력업체나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현금 흐름이 막힌 업체가 어려움에 부닥칠 경우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업체 간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구조 개편이 앞당겨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