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들, 50조 중국 화장품 시장 뛰어든다

    입력 : 2015.04.17 09:19

    "1년반 동안 화장품 사업을 준비한 끝에 6월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허가를 받았습니다. 연간 50조원이 넘는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서울 청담동의 오라클피부과 노영우 원장은 피부과 진료가 끝나는 매일 저녁 6시부터 중국 사업 진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라클피부과는 2004년 개원한 이후 전국 43개 네트워크를 가진 피부과 전문 브랜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노 원장은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전세계로 지점을 늘려나갔다.


    2010년부터 중국 진출을 시작해 현재 중국 19개, 대만 1개, 베트남 1개 등의 지점을 두고 있다. 올해 필리핀과 홍콩, 싱가포르 지점도 개설한다.


    노 원장이 가장 주력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한국에 피부 레이저와 성형수술을 받으러 몰려오는 중국인들을 보고 중국 시장이 기회라고 보게 됐다. 실제 지난해 한국에서 관광을 하고 돌아간 중국인은 571만명에 이른다.


    노 원장이 피부과 진출과 동시에 준비하는 사업은 피부과 화장품이다.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주요 장소인 면세점 진출부터 준비했다. 피부과 브랜드를 중국 전역에 알리면 화장품까지 폭발적인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다.


    노 원장은 "한류 열풍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기가 좋다"며 "중국에 개설된 피부과 브랜드의 전문성을 살려 화장품 수출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15일 피부과와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화장품 시장은 56조원에 이르며 2018년까지 매년 12% 성장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화장품은 한국 브랜드다. 한국 화장품 연간 수출은 2000억원 정도지만,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의 인기를 토대로 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피부과업계는 중국 화장품 시장이 성숙할수록 고기능성 화장품과 전문 화장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중국 진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리더스피부과에서 만든 리더스 마스크팩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피부과 화장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리더스코스메틱은 2011년 골판지 제작업체인 산성엘엔에스에 인수됐지만, 피부과에서 만든 전문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아직 그대로다. 리더스코스메틱은 지난해 마스크팩 하나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피부과 화장품의 장점은 피부에 맞게 약처럼 처방하는 전문성의 이미지에 있다. 피부에 유해한 성분을 제거한 임상 연구를 거친 제품이라는 이점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피부과는 고운세상피부과, 모델로피부과, 이지함피부과,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등이다. 이들 피부과는 현재 중국 수출을 늘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은 "피부과 화장품은 방부제의 일종인 파라벤 성분이나 인공색소, 알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피부과 임상 검증을 거쳐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피부과 의사들은 잘 키운 화장품 브랜드 하나에 돈방석에 오를 수도 있다. 차앤박피부과가 만든 CNP코스메틱스는 지난해 10월 LG생활건강에 인수됐다. CNP 지분 86%의 인수 금액은 542억원에 이른다. 그간 홍콩, 일본, 대만 등에 수출됐던 CNP화장품은 LG와 함께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금물. 중국 위생당국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를 경계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과 화장품의 연구개발을 거쳐 규제까지 통과하려면 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필수다.


    피부과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관계없는 회사들까지 한꺼번에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피부과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준비작업이 더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만큼, 성공에 대한 막연한 확신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