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질주...400만원 넘어 500만원 향해 전진

    입력 : 2015.04.21 09:14

    아모레퍼시픽이 20일 장 중 400만원을 넘어서며 화장품 업종 대표 황제주(株)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4월 123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1년 사이에 3배 이상 뛰었다. 시가총액은 포스코를 제치고 6위로 올라섰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9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주가가 200만원을 돌파했을 때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이 4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을 선두로 화장품주가 연일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장기투자란 주식을 매입한 이후에 해당 기업이 화장품 사업을 추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아모레퍼시픽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려 잡고 있는 가운데 목표주가 540만원을 제시한 증권사도 등장했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화장품 수요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제2의 내수(內需)시장' 중국이 실적 견인


    "중국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삼고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회사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국 현지와 면세점에서 판매 중인 설화수·라네즈·에뛰드·이니스프리·마몽드 등 5대 화장품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은 2013년보다 21% 증가한 4조71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0.3% 늘어난 6591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KDB대우증권은 올 1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이 252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액은 37% 늘어난 1조2789억원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주가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중국 중심의 해외 사업과 면세점 채널 확장을 주목하고 있다.


    ① 해외 매출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서 회장은 2020년까지 이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중국 매출은 2013년보다 44% 증가한 4673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점유율은 1.4%에 불과하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 화장품 시장은 이제야 고도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중국 소비자의 수요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마몽드'의 구조조정이 완료되며, 지난해 판매가 두드러졌던 '이니스프리' 매장이 70~80개 늘어 성장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이오페'도 상반기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초 및 색조 화장품 시장 규모는 265만달러(약 28억6500만원)로 지난해 대비 8% 성장했다.


    박신애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10년 간 중국 기초 및 색조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8.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연평균 판매량은 24.5%씩 성장해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20년 7.6%, 2025년 11.7%까지 증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② 다양한 유통 채널과 브랜드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와 관계사.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홈쇼핑, 온라인, 면세점 등 다양한 판매 채널도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면세점의 매출 성장률은 연간 115%로 추정된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외 면세점을 통한 매출은 올해 40~50%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의 해외 면세점 사업 확장에 따른 수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전했다.


    매출이 하나의 브랜드에 몰리지 않고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안정적이다. 박신애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모든 화장품 브랜드의 매출이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매출이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철저한 현지화와 브랜드별 특화 전략이 이뤄낸 성과다. 중년 여성층을 노린 고가 화장품 '설화수'와 20대 초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니스프리', 10대 여성을 겨냥한 '에뛰드' 등 각각의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이 다르다.


    아모레퍼시픽이 상반기 중 중국 백화점을 통해 중고가 브랜드 '아이오페'를 출시하려는 이유도 브랜드 특화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끼리 매출을 갉아먹는 '자기 시장 잠식(cannibalization)'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③ 화장품 개발 경쟁력 우위


    화장품 신제품 개발 역량도 아모레퍼시픽의 강점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화장품 기업까지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에어쿠션'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랑콤(Lancome)이 지난 1월부터 유럽 시장에서 쿠션 타입 화장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함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신제품 개발 능력은 글로벌 메이저 화장품 업체를 뛰어넘고 있다"면서 "자체 개발한 '에어쿠션'을 글로벌 업체가 모방해 출시한 사례는 전세계 화장품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사건"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에어쿠션' 제품 /아모레퍼시픽 제공


    ◆ 아직 中 시장 장악 못해…주가 단기 과열 우려도


    중국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은 미국 P&G가 점유율 12.7%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프랑스 로레알이 9.8%로 2위, 일본 시세이도가 3.6%로 3위다. 아모레퍼시픽은 1.4%로 14위에 그쳤다.


    서 회장도 "중국 시장에선 신중해야 한다"며 "한번 삐끗하면 훅가는 곳이 중국 시장"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액면분할에 따른 거래정지 전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과열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거래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주식 분할한다. 발행 주식수는 보통주 584만5849주에서 5845만8490주, 우선주는 105만5783주에서 1055만7830주로 증가하게 된다.


    매매거래는 이달 22일부터 5월 7일까지가 정지되며, 신주 상장일은 5월8일이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주식의 유동성이 높아져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기간 동안 기존 투자자들은 종목 보유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