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루이뷔통 등 유럽 名品업체, 온라인 판매에 사활 건다

    입력 : 2015.04.27 09:15

    [匠人·傳統 이미지 내세워 외면하다 온라인 급성장에 너도나도 가세]


    작년 명품시장 2% 성장 그친데 비해 온라인 판매는 24% 늘어나 눈독
    샤넬 "화장품에 이어 전품목으로 확대"
    아르노 LVMH 회장 "새 상황에 적응"


    시계전문 태그호이어·몽블랑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출 잇따라


    올해 초 스위스 시계·보석 그룹 리치몬트의 온라인 쇼핑몰 '네타포르테'를 두고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이탈리아의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육스(Yoox)가 인수 경쟁을 펼쳤다. 아마존이 리치몬트 측과 협상에 나섰다고 발표하자, 육스도 공동 판매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맞섰다. 치열한 인수전 끝에 지난달 말 육스는 '네타포르테' 인수에 성공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또 2억유로(약 2300억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도 그동안 화장품 등 일부 제품에 한정하던 온라인 판매를 내년부터 전 품목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네타포르테'를 통해 액세서리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제공


    그동안 명품 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수공업·장인(匠人) 등 전통적 이미지를 내세우고 화려한 매장 실내장식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엔 온라인 쇼핑몰 등 대중 지향적인 정보통신(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콧대 꺾고 온라인 판매 나선 명품들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LVMH그룹의 연례 총회장. 단상에 오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며 "더 많은 상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LVMH는 그동안 펜디와 겐조 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브랜드 상품만 온라인 판매를 해왔고, 루이뷔통의 경우엔 액세서리와 시계, 보석만 인터넷에서 선보이고 핸드백, 구두, 의류 등 주력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루이뷔통 주력 제품도 온라인 마켓을 통해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명품 기업의 온라인 판매는 큰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프라다는 핸드백과 신발, 액세서리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구치는 의류까지 온라인 판매 품목에 포함했다. 백화점들도 온라인을 통한 명품 판매에 가세하고 있다. 영국 고급 백화점인 해러즈는 발렌티노와 지방시 같은 브랜드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백화점의 마이클 우드 이사는 "우리 고객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며 "온라인 판매에 대한 투자에 앞장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명품 업체들이 단순히 온라인 판매에 나서는 것만은 아니다. 스위스 유명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는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된 시계산업박람회 '바젤월드 2015'에서 구글, 인텔과 손잡고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태그호이어는 부품 등 기계적 부문, 인텔은 프로세서를,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명품 시계 업계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구치도 심장박동 센서와 온도센서 등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명품 만년필을 만들어 온 몽블랑도 스마트워치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급성장하는 명품 온라인 시장


    명품 브랜드가 IT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다. 현재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은 5% 정도. 신발과 핸드백 등 가죽 제품군(群)은 8%로 조금 더 크다.


    하지만 최근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해 온라인에서 판매된 전체 명품은 122억유로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 이는 전체 명품 시장이 2% 성장에 그친 것과 비교된다.


    명품 시장 분석 전문가인 마리오 토르텔리는 "최근 명품 산업은 신흥 시장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정체돼 있다"며 "이에 대한 돌파구로 온라인 판매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는 "앞으로 5년 안에 모든 명품의 40%가 온라인을 통해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컴퓨터에 익숙한 명품 소비 세대의 등장


    몽블랑 제공

    IT 관련 명품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새로운 소비 세대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최근 명품 시장엔 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가 새롭게 편입되고 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들이다. 온라인을 통한 명품 구매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다는 것이다. 명품 전문가 토르텔리는 "전체 명품 시장 매출의 62%는 어떤 식으로든 온라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순수하게 매장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는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IT 제품군이 명품 시장을 넘보자, 이에 대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애플은 금(金)으로 치장한 1만달러대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명품과 대중적 IT 제품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값비싼 IT 제품으로 향하는 젊은 고소득층 고객의 눈길을 잡는 것이 명품 업계의 숙제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IT 트렌드를 거부하는 기업도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여전히 온라인 판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한 명품 업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여전히 매장에서 직접 옷을 입어보고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받는 등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며 "온라인 판매가 성장하더라도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