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28 09:15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 (23,300원▲ 800 3.56%)매각 본입찰이 28일 실시된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핵심 회사. 현재로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양강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안팎의 관측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사모펀드(PEF)의 참여 없이 경영권을 행사할 목적의 전략적 투자자(SI) 간 대결로 압축된 것은 입찰 방식에 기인한다. 박삼구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권이 있기 때문.
채권단은 본입찰을 실시한 뒤, 선정된 업체가 제시한 가격대로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 보유 주식 ‘50%+1주’를 살 것인지 의향을 묻게 된다. 다시 말해 입찰 참가자들은 박 회장이 지불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 시들해진 인수전…인수대금 1조원 넘을까
박 회장 입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기 위해서는 금호산업 지분을 꼭 확보해야 한다. 그만큼 박 회장이 제시할 수 있는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본입찰 참가자들은 입찰에 앞서 예상수익률이 낮춰야 하는 셈이다.
투자금 상당액을 차입으로 조달하는 사모펀드(PEF) 입장에서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모펀드 가운데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대기업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시각이다. IMM PE, 자베즈파트너스, IBK투자증권 컨소시엄 등 PEF 운용사들의 인수 의지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재무적투자자(FI) 없이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자체 자금만으로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1조원 이상을 써낼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가격을 얼마나 써낼 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1조원은 업계에서 부풀려진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지난 14일 한 지역언론과 만나 "응찰 가격을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으나 그렇게 무식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인수 후 프로젝트파이낸실(PF) 보증으로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높은데다, 다른 계열사들도 부채가 많다는 점에 대해 호반건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당 2만~2만3000원 정도인 금호산업 주가를 기초로 한 지분가치는 4000억~4600억 정도. 1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하더라도 인수 대금은 8000억~8600억원 정도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금호리조트,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자산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700%로 높아, 계열사 정리로 자금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에 쓰지 않겠냐는 얘기다.
◆ 박삼구 회장, '실탄' 마련 방안은
박삼구 회장이 우선청구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실탄' 규모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박 회장은 2011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4090억원에 판 뒤 이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사용했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7.99%은 전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있어 자금화가 여의치 않다. 결국 750억원 가량인 금호산업 지분 10.1%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정도가 가능한 실정이다.
한때 증권업계에서 유력한 시니리오로 거론되던 금호타이어 입찰 참여설도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3일만에 물러나면서 더 이상 거론되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는 박 회장이 어떻게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자문을 받고 있다.
PEF의 경우 지난 2009년 대우건설 풋백옵션 미상환 사태로 신뢰를 잃은 데다, 금호고속 매각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실사를 방했다는 이유로 현재 금호고속 소유자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PEF와 분쟁을 벌이고 있기어 가능성이 낮다.
이 때문에 인척 관계인 대상그룹이나 오랫동안 우호세력 역할을 한 군인공제회 등의 참여를 점치는 이들도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로, 여동생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남편이다. 군인공제회는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는 등 박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