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29 09:11
'기준금리 1%대 시대' 정기예금은 잊어라… '중위험 중수익' 상품 뭐가 있나
지난 3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75%로 인하했다.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렸다. 저물가 저성장 장기화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재테크족(族)은 고민스럽기만 하다. 연 1.75%의 금리는 복리라고 해도 무려 536개월을 묵혀놔야 원금이 2배가 된다. 과거 10% 금리 시절에는 94개월이면 충분했다. 그 만큼 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아졌다.
은행 예적금만 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으로 갈아타는 '머니 무브(money move)'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각 은행에 따르면 1분기말을 기준으로 예금 이탈액은 소폭에 그쳤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의미가 크지 않은 수준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시중자금이 언제든 옮겨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경향은 나타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432조5000억원 규모였던 장기성 예금은 올해 1월 421조7000억원으로 11조원 감소했다. 예금자들이 "이 같은 저금리에 오랫동안 돈을 묶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머니 무브…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서서히 진행될듯
저금리임에도 머니 무브가 본격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2007~2008년 당시의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펀드 열풍이 불면서 2008년까지 주식형펀드 규모는 51조원에서 144조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은행 예금 총 수신 잔액은 593조원에서 578조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이후로는 투자자들이 더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주식형펀드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만 있다. 현재 주식형펀드 규모는 110조원 가량이다.
하지만 머니 무브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스크를 감내하기 힘든 투자자라고 해도 연 1%대 금리는 너무 낮다"면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 수준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위험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과거의 경험 때문에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1호 복합점포인 '광화문 NH농협금융 PLUS+센터'의 최유정 차장은 "예금을 생각하고 왔다가 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주식이나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선에서 상담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은 국내주식이나 해외주식, 혹은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예금을 선호했던 보수적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ELS다. ELS는 통상적으로 3년간 기초지수가 반토막이 나지 않으면 7~10%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최근 증시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단기간 내에 50% 이상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ELS는 올 들어 발행잔고가 9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이나 해외 주식을 매수한다. 해외 증시 중에서는 중국시장이 가장 인기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11월 후강통이 시작된 이래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후강통은 상해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토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후강통 시작 전 2000포인트 내외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4400포인트 이상으로 올라섰다.
◇직접 투자자 늘었다…중위험중수익 추구하면 ELS 등에 관심
금융회사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일단 투자 성향이 '중위험 중수익'인 투자자가 많다고 보고 다양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연 2%의 수익을 제공하는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를 특판 중이다.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달러예금의 수익률이 0.3% 수준에 머무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달러화 강세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추가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수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해외채권펀드를 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대표적인 해외채권펀드인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는 운용 규모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75%의 수익을 냈다. 신한금융투자는 두 개의 카드를 사용하면 CMA 계좌금리를 최대 7.45% 제공하는 상품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금리가 너무 낮아 주저하는 고객들에게 지수형 ELS, CD금리에 연계된 파생결합증권(DLS) 상품 투자를 추천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강세장인 중국 투자를 권한다. 전세계에 상장된 모든 중국주식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Beyond china랩'이 관심을 받고 있다.
증권사 중 일부는 직접투자자를 유인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계좌에 넣어둔 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이달 중순 3년2개월만에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고 현재 22조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제시하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절세에 주목하는 곳도 있다. 롯데카드는 연말정산 더받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지난해 참여한 고객 8만7000여명이 평균 6만3000원씩 돌려받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의 플랜UP변액적립보험은 필요에 따라 연금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저축보험으로 다양한 주식형 펀드를 편입함으로써 수익률을 높이고 비과세 통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금투협 "손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다만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투자하거나 주식 매매를 준비하고 있다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9월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국제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 10% 안팎의 중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50% 안팎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피해액은 4000억~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펀드에 투자한 이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 투자자의 가장 첫번째 원칙은 손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저금리로 인해 처음 자본시장에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교육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