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30 09:40
[9월부터 '계좌이동제' 시행… 다른 은행으로 계좌 옮기면 자동이체도 '자동 이전']
-서비스 강화 전략
신한銀 등 부가서비스 확대… VIP선정기준 '기간'도 포함
-높은 이자로 고객 잡기
고객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21년 만기 적금상품도 나와
주거래 통장(가장 많이 쓰는 수시입출식 통장을 통상적으로 일컫는 말)을 바꾸고 싶지만 연동된 자동이체가 많아 계좌 변경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동이체 내역을 간편하게 옮길 수 있게 한 계좌이동제가 9월부터 시행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설문에 따르면 은행 이용자 중 절반이 넘는 51%가 다른 은행의 우대 서비스와 예·적금 금리가 낫다는 등의 이유로 '주거래 은행을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은 그동안 큰 노력 없이 붙잡아둘 수 있었던 '집토끼' 같은 고객들의 '가출'을 막고 한편으론 다른 은행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우리 계열사' 고객님들, 떠나지 마세요"
계좌이동제에 대처하는 은행들의 전략은 크게 둘로 나뉜다. '충성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확대' 전략과 은행의 '실탄' 격인 금리로 유혹하는 전략이다.
'서비스 계열'의 대표 주자는 신한은행이다. 멤버십 서비스('탑스 클럽')의 VIP 조건을 완화하고 이들에게 주는 서비스를 점차 늘리는 방식으로 계좌이동제에 대응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카드·생명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금융지주 계열사로서의 장점을 내세워 계열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더 많이 준다. 예를 들어 4개 계열사 2곳에서 최상 등급인 '프리미어'를 받으면 15만원 상당의 현금 포인트와 상품권을 주되 4개 계열사에서 전부 최고 등급을 받으면 300만원으로 혜택이 늘어나는 식이다. 그동안 금액 기준으로 부여하던 VIP 제도에 지난해 '기간'이라는 새 기준을 더한 것도 변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거래 금액이 많지 않더라도 20~30년 정도 신한은행과 거래했다면 VIP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계열 증권사('NH투자증권') 거래 실적만을 통합해서 운영하던 멤버십 서비스 'NH하나로 가족고객 제도'를 다른 계열사로 확대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르면 6월부터 농협생명·농협손보 이용 실적도 멤버십에 적용해 계열사 고객까지 은행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 은행의 무기는 역시 '금리'… 높은 이자로 고객 확보
일부 은행은 높은 금리의 예·적금을 내놓는 방식으로 계좌이동제에 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온라인뱅킹을 통해 나라 사랑 메시지를 작성하면 연 0.2%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대한민국만세 정기예·적금'을 출시했다. 최고 연 2.9 %(5년 만기 적금 기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어렵게 유치한 고객을 오래 묶어두기 위한 상품도 있다. 예·적금 만기를 1~2년이 아니라 10~20년 이상 장기 가입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달 출시된 기업은행의 'IBK평생든든자유적금'은 최장 21년 만기의 복리 적금 상품으로 우대 금리 포함, 연 2.05%의 이자를 준다. 국민은행은 최대 연 1.9%의 금리를 제공하는 최장 10년 만기인 'KB골든라이프 연금우대예금'을 통해 고객을 잡아둔다는 계획이다.
◇9월엔 카드·보험 등 먼저 시행, 내년 1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계좌이동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 제도를 통해 '이동'되는 것은 자동이체 내역들이다.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옮기려면 통장 가입자가 직접 새 통장에 이체해야 한다. 또 수시 입출식 통장에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신용대출)이 연동돼 있다면 대출 부분은 이전 통장에 그대로 남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란 쉽게 말해 '자동이체 계좌 변경 간소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계좌이동제는 9월에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9월 선보이는 '1단계 서비스'는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출금이체정보 통합관리시스템'사이트(www.payinfo.or.kr, 현재는 일부 조회만 가능)를 통해서만 자동이체 계좌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 시행 초기엔 카드·보험·통신사 등 비교적 큰 회사들로의 자동이체가 우선 대상이 되며, 내년 6월까지 자동이체 내역을 바꿀 수 있는 기관이 전체(약 7만6000개)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부모님 용돈, 동호회비같이 '개인―개인' 사이에 설정해둔 자동이체는 올해 11월부터, 은행 창구를 통한 오프라인 변경 신청은 내년 1월부터 가능하다.
☞계좌이동제
은행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카드 대금이나 각종 공과금 자동 이체 등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새 계좌로 이전되는 제도. 현재는 거래 은행을 바꿔 계좌를 옮기면 자동 이체 등은 일일이 직접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보통예금으로 불리는 수시 입출금식 예금 계좌가 주요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