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30 10:05
[법정관리·워크아웃 등 딛고 7년만에 부활, 공격적 경영]
- 올해가 기회, 회사 운명을 건다
건영·동문건설 등 중견 건설사, 주택시장 호황에 재기 움직임
각종 공사 수주, 신입사원 뽑아… 사놓았던 땅에 잇달아 분양
이달 28일 법정관리를 졸업한 중견 건설사 건영 직원들의 사무실 컴퓨터 초기 화면에는 '수주는 생명이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회사가 하루빨리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수주 영업을 강화하자는 각오를 다지기 위한 아이디어다. 윤중혁 부사장은 "다행히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어 전 직원이 똘똘 뭉친다면 올해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중견 건설사들이 속속 시장에 복귀하면서 힘찬 재기(再起)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년 말부터 주택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데 힘입어 이들은 신규 아파트 분양에 적극 뛰어드는 등 상당수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올해를 '명예 회복과 명가(名家) 재건의 해'로 삼고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할 絶好의 기회"
워크아웃 중인 동문건설은 올해 9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공급해 기업 정상화의 발판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이달 23일 경기 수원 장안구 율전동에 699가구 규모의 '수원 성균관대역 동문굿모닝힐' 모델하우스를 열고 본격 분양에 뛰어들었다. 주말 사흘 동안에 3만명의 관람객이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동문건설은 올 7월에는 386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자체 사업을 8년 만에 추진한다. 허상 주택영업팀장은 "분양 시장이 호황이라 기회는 충분히 있다는 판단"이라며 "올해 사업 성과에 따라 워크아웃 졸업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워크아웃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동아건설은 지난달 세종시 3-2생활권에서 1000억원 규모의 이주민 아파트(723가구) 사업을 따냈고, 6월엔 '세종 신동아 파밀리에 3차' 363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진흥기업은 526억원 규모의 친환경 수변 복합도시 '부산 에코델타시티 1단계 제2공구 조성공사'를 수주했다. 최근 대구시 서구의 주택 재개발 사업도 따냈다. 월드건설은 올해 지역조합주택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中小 건설사들도 기지개
주택 시장의 활력은 중소형 건설사들에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SG그룹에 인수된 SG신성건설은 지난달 충남 아산에 '온천 미소지움'이라는 586가구 소형 아파트를 분양하며 3년 만에 주택 사업을 재개했다. 이 아파트는 평균 2.34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다.
모아주택산업은 올해 전국 7곳에 5600여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지난해 땅을 사놓고도 부동산 경기를 관망하다가 올해 물량을 대거 쏟아내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에서 분양하는 '모아엘가 에듀퍼스트' 모델하우스엔 지난 주말 1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다음 달에는 호반건설이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흥지구에서 967가구를 분양하고, 아이에스동서는 경기도 하남 현안사업2지구에 754가구를 공급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침체기 때는 도무지 팔리지 않아 중소 건설사 실적 악화의 주범(主犯)이 됐던 땅들이 이제는 '보물단지'가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 주인 맞아 '명예 회복' 꾀해
쌍용건설 등 올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4개 건설사는 본격 사업 추진으로 명가(名家) 재건에 나선다.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돼 지난달 말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건설은 상반기에 서울 성수동 뚝섬2구역 지역조합 아파트 시공 계약을 하고 국내 주택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주력인 해외 건축 사업에서도 중동과 동남아 등 다수 대형 프로젝트에 견적을 내고 있다. 신입사원은 물론 경력사원도 뽑는다.
4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한 건영(옛 LIG건설)은 29일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25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해 시공 평가 20위권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EG건설에 인수돼 법정관리를 졸업한 동양건설산업도 올해 안에 고급 아파트 브랜드 '파라곤'을 다시 시장에 선보인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무리한 공격적 사업 추진은 예전과 같은 경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사업 분석을 통한 냉정한 접근과 선별적 수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