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印尼가 부른다... 한국 IT기업, 中서 南下

    입력 : 2015.05.04 09:42

    [한국 IT기업 '동남아 러시']


    - '한국 IT기업의 공장'베트남
    삼성·LG 주요제품 생산거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변경


    - 게임 등 서비스는 인도네시아
    슈팅게임 사용자 1억명 돌파… 네이버 라인 이용자 3000만명


    - 6억 인구 동남아 시장 주목
    稅혜택 주며 외국기업 유치, 중국보다 사업 환경 나은 편


    현재 우리나라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최대 생산 기지는 어디일까. 중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정답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최근 수년간 휴대전화·생활가전·TV 같은 주요 제품의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변경하고 현지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전자 회사만이 아니다. 네이버·컴투스를 비롯한 인터넷·게임, 전자상거래 회사도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이들이 앞다투어 남(南)쪽으로 달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쪽으로 가는 한국 IT 기업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면 베트남은 '한국 IT 기업의 공장'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과 타이응웬성 옌빙공단에서 연간 총 2억500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삼성전자가 판매한 휴대전화 4억500만대의 61% 수준이다.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S6엣지 역시 대부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다.



    삼성은 또 베트남 남부 호찌민시(市) 인근에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를 건설하고 2016년 상반기까지 TV·생활가전 공장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있는 반도체 공장과 현지 판매용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을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중국 법인에 파견했던 경영 지원 담당 직원들도 올해부터 대거 베트남으로 보내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베트남 사업이 커지다 보니 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올 3월 베트남 북부 해안 도시인 하이퐁에 국내외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생산 기지인 '하이퐁 캠퍼스'를 준공했다. 하이퐁 캠퍼스는 TV·휴대전화·세탁기·에어컨 등 LG전자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다. LG전자는 2028년까지 이곳에 약 15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베트남보다 더 남쪽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한국발(發) IT 서비스의 전초기지다. 게임이 대표적이다. 한국 게임 회사 제페토가 개발한 1인칭 슈팅 게임(FPS) '포인트 블랭크'는 인도네시아의 '국민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이 게임은 누적 사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 컴투스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워'도 인도네시아에서 게임 부문 매출 2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인도네시아에서만 3000만명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네이버는 이들에게 게임·이모티콘·캐릭터 등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은 중국 대신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 회사는 작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현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3~4위(거래액 기준)를 달리고 있다.


    ◇제조는 베트남, 서비스는 인도네시아로


    이렇게 IT 기업들이 남쪽으로 기수를 돌린 이유는 우선 중국보다 동남아 시장의 매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IT 분야에서 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 등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업체가 중국에서는 제대로 서비스를 못 하는 실정이다. 네이버·엔씨소프트 등 한국 IT 기업도 중국에 진출했다가 큰 성과 없이 철수하기도 했다.


    동남아는 상대적으로 사업 환경이 나은 편이다. 우선 총 6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이라는 장점이 있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인구 2억5000만명으로 중국·인도·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경제성장률은 매년 5~6%대를 기록하는 중이다. 특히 섬이 많은 지역 특성상 유선(有線) 인터넷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無線) 인터넷이 발달해 한국의 모바일 서비스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은 해외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베트남은 세제(稅制)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면서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작년 10월 방한한 베트남 최고 지도자인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투자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정태명 교수(소프트웨어학)는 "동남아시아는 저렴한 인건비에다 경제가 급성장 중이어서 굉장히 매력 있는 시장"이라며 "한국 IT 서비스·하드웨어 기업들이 제휴를 통해서 동반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