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내리고 원자재 반등...'돈의 물길' 바뀌나

    입력 : 2015.05.07 09:55

    [코스피 1% 넘게 하락, 場中 2100깨져… 油價는 연중 최고치]


    그리스 우려·中 증시 급락 영향, 미국도 한국도 국채가격 급락
    구리도 t당 6400달러까지 올라… 원자재 시장으로 '머니 유턴' 조짐


    지난 2~3년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각광받았던 대표 자산인 주식과 채권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일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그동안 많이 오른 자산에 대한 경계심과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주식과 채권 가격은 정체에 빠졌거나 하향세로 돌아섰다. 반면 홀대받았던 원자재 가격은 반등세가 뚜렷하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글로벌 자금 이동의 서막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떨어지는 주식·채권 가격


    올 들어 글로벌 주식시장 중 가장 기세 좋게 오른 국가는 유럽과 일본, 중국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승세가 일제히 꺾였다. 중국 증시는 5일 4% 넘게 폭락했고, 한때 2만 선을 넘었던 일본 닛케이지수도 1만9500선으로 후퇴했다. 징검다리 연휴 끝에 개장한 국내 증시도 6일 1% 넘게 하락했다. 그간 증시를 달궜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약해진 데다, 전날 미국과 유럽 주요 지수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65포인트(1.30%) 하락한 2104.58에 거래를 마쳤다. 3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098억원과 95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2174억원을 순매도해 하락세를 주도했다. 장중 한때 외국인마저 순매도로 돌아서 2100선이 깨지기도 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 미국 성장률 둔화와 중국 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겹쳐 6일 코스피지수가 1.3% 하락한 2104.5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고민에 빠져있다. /뉴시스


    특히 업종별로는 그간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증권주 하락세(-8%)가 두드러져 증시 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했다. IBK투자증권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채무 불이행 우려가 재차 부각됐고, 미국 성장률 둔화 우려와 중국 증시 급락 등 휴일에 쌓였던 외부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주식보다 먼저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채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맞물려 우량국 국채는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취급받아 가격이 치솟았고, 이에 따라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10년물 국채의 경우 지난달 하순 0.05%까지 떨어졌던 금리가 0.53%까지 치솟았다. 지난 1월 1.64%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물 국채도 2.19%까지 올랐다.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한 달 만에 0.5%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유가는 연중 최고치 경신


    반면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1.47달러(2.49%) 오른 배럴당 60.4달러로 마감, 올 들어 처음으로 6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107.26달러에서 올 3월 43.46달러로 60%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20~30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하락세는 40달러 중반에서 멈췄다. 지난달부터는 확연한 반등세에 접어들어, 올해 최저점 대비 40% 상승했다. 이 밖에 구리 가격이 지난달 t당 59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가 6400달러 선으로 오르는 등 원자재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주가·채권값 하락 및 원자재값 상승이 완전한 추세 전환인지, 잠깐의 숨 고르기인지 판단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국제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수인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비교적 최근에 달아오르기 시작했지만, 미국·유럽 등에선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턱밑까지 찬 상태여서 모두가 작은 조정의 구실을 찾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하지만 막대한 양적완화 자금으로 인한 경제지표 개선이 2분기쯤 뚜렷해질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증시의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