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07 10:06
[금융규제 개혁은 알맹이 없어]
비트코인·크라우드펀딩 핀테크로 분류 안해 놓고 카드결제대행社는 넣어
금융사와 제휴도 안되는데 금융사의 투자·인수만 허용… 1월 발표한 것 재탕 발표도
금융위원회는 6일 규제 개혁 회의에서 금융회사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에 투자해 자(子)회사로 만드는 걸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금산분리법·은행법 등에 따라 금융업에 연관된 회사에만 출자가 가능했는데, 핀테크 기업은 성격이 불분명해 투자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졌다.
핀테크 산업은 금융과 IT를 결합해 소비자에게 온라인·모바일상에서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영국·일본 등 전 세계 국가들이 달려들어 투자하는 신성장 산업이다. 정부도 이런 핀테크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해 핀테크 육성 대책을 내놓았지만 핀테크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왜 그럴까.
◇금융회사가 핀테크 기업과 제휴도 안 하는데 인수·합병?
금융위가 내놓은 핵심 핀테크 대책은 금융회사가 핀테크 회사에 출자해 자(子)회사로 거느리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핀테크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미 금융회사들이 계열사인 투자사의 펀드를 통해 핀테크 회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달라진 것은 핀테크 기업의 지분을 100%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점 하나다. 핀테크 업체들은 "당장 중요한 것은 금융회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출시하는 건데, 그런 생태계 조성이 안 된 상태에서 인수·합병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핀테크 100여 업체 가운데 금융회사와 공식적으로 제휴한 곳은 간편 송금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를 포함해 2~3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B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이미 자체적인 인터넷 뱅킹이 활발한데, 핀테크 투자는 낭비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인식을 바꿀 대책이 없다면 핀테크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P2P대출은 핀테크 산업에서 제외
정부가 정한 '핀테크 업무 범위'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금융위는 가맹점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고 카드 대금 정산 업무를 처리하는 카드 VAN사는 핀테크 사업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째 존재한 사업 모델로 플라스틱 카드 산업의 하향세로 사양산업화하는 비즈니스이다.
반면 글로벌 전자화폐로 떠오른 비트코인(Bit coin) 사업, 온라인상에서 사용자끼리 소액 대출을 하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핀테크 업체로 포함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대안 화폐로 인정할 수 없고, P2P 대출 업체(개인 간의 대출 중개 사업)는 투자자 보호 대상이 안 된다는 게 이유이다. 현재 상당수 P2P 대출 업체는 10% 이내 금리로 소액으로만 대출을 중개해주고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대부업처럼 30%대 고금리 대출을 하지 않는데도 대부업이란 간판 때문에 사업 확장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 밖에 인터넷 전문 은행 허용, 핀테크 업체 자본 기준 완화 등은 이미 지난 1월 발표한 대책을 재탕한 정책들이다.
정부가 고리타분한 핀테크 대책을 내놓은 것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꾸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에 순전히 금융회사나 금융 당국 직원들, 학계 교수로만 채워 운영해오고 있고 순수 핀테크 업체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