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08 09:53
쇼핑으로 들어온 사물인터넷
기기 쓰면 펼쳐지는 가상 쇼핑매장 손으로 만져보고 비교, 구매까지
미국의 '식센스(Sixense)'사는 최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환경에서 구두와 운동화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브이리테일(vRetail)'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가상현실 공간에 구현된 매장을 돌아다니며 실제 쇼핑몰에 들른 것처럼 물건을 구매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단순히 PC 앞에서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쇼핑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상현실 매장에서 제품을 손으로 집어들고 다양한 각도에서 모양을 비교할 수도 있고, 장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상현실 기기를 얼굴에 착용하고 마치 백화점에 있는 것처럼 물건을 집어서 요리조리 돌려보며 쇼핑하는 서비스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게임이나 이색(異色) 볼거리 외엔 별다른 수익 창출 수단이 없어 보였던 가상현실 기술이 전자상거래와 손을 잡은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집안의 냉장고나 세탁기에 각종 버튼을 달아놓고 누르기만 하면 인터넷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상거래 기술과 연결되고 있다. 모든 신(新)기술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개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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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가상 현실 쇼핑몰에서 구두를 고르는 모습.②식센스사의 가상 쇼핑몰 홈페이지.④자동차 내부에 붙여둔 사물인터넷 버튼. / 각 사 제공
◇가상공간으로 들어온 쇼핑몰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Tesco)도 최근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고 쇼핑하는 시험 매장을 개발하고 있다. 테스코가 유튜브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오큘러스 리프트 착용자는 실제 쇼핑몰에 들어온 것 같은 시점(視點)으로 주위를 보게 된다. 테스코 측은 "단순히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사진을 보고 물건을 주문하는 기존의 온라인 쇼핑보다 훨씬 자세하게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 쇼핑은 제휴의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의류와 생필품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주택 등을 사고팔 때도 기존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실제 세계에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덩치 큰 제품을 사진만 본 뒤 구매해야 했다면 가상현실 쇼핑에서는 직접 차량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아파트의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체험해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테스코 같은 대형 유통 체인은 자사(自社)의 오프라인 매장과 똑같은 공간을 가상현실로 만들어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사물인터넷도 상거래와 만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인터넷 쇼핑과 융합해 버튼 한 번만 누르면 필요한 제품 주문이 가능한 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각종 기기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해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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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제 등 생필품을 버튼 한번으로 주문하는 아마존 대시 버튼.
미국 아마존은 지난달 '아마존 대시 버튼(button)'을 출시했다. 기존 아마존 대시는 제품의 바코드를 읽히거나 음성으로 제품명을 말하면 각종 생필품 주문이 가능했다. 아마존 대시 버튼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고객이 항상 쓰는 생수나 휴지, 배터리 등 다양한 제품별로 버튼을 만들어두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추가 구매가 필요할 때 해당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문이 이뤄지도록 했다.
예를 들어 화장실 벽에 화장지 주문 전용 아마존 대시 버튼을 붙여두고 있다가 화장지가 다 떨어질 때쯤 버튼을 누르면 즉시 주문이 이뤄지는 식이다. 서버 컴퓨터가 가정별로 필요한 용량을 계산하는 기능도 넣을 수 있다. 이 경우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버튼을 눌러도 앞으로 사용할 화장지 양이 충분히 남아 있으면 주문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버튼 서비스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스웨덴의 플릭(Flic)사는 다양한 단축 버튼을 차량 내부나 가정·사무실 등에 부착해놓고 피자 주문, 택시 호출 등 이용자가 원하는 제어 기능을 지정해 사용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생필품 제조 업체들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태세다. 세탁기 메이커 월풀은 각종 세제 사용량을 계측해 세제가 떨어질 때면 자동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해주는 세탁기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이 기술은 사물인터넷 기반의 쇼핑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드론(무인기)이나 무인 자동차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까지 연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가상현실이나 사물인터넷 등 최첨단 기술이 지금까지 새로운 기능을 시연해보는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수익과 직결되는 사업 모델로 발전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