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高평가" 옐런 한마디에 세계증시 급랭

    입력 : 2015.05.08 10:08

    [中 2.8·홍콩 1.3·日 1.2% 일제 하락… 글로벌 버블경보 발령]


    각국 증시 주가수익비율 껑충… 모건스탠리, 7년만에 처음으로 中 투자비중 하향 조정
    주식·채권서 2조달러 빠져 원유등 원자재시장으로 이동
    油價상승, 인플레 심리 자극… 금리인상 불러 주가에 악재


    세계 각국 증시 시황을 보여주는 블룸버그 단말기 화면이 7일 온통 붉은색(마이너스)으로 도배됐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23% 하락한 것을 비롯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 -2.77%, 홍콩 항셍지수 -1.27%, 한국 코스피 -0.65% 등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전날 미국 3대 지수도 나란히 0.4%가량 떨어졌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난달 말부터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조정받기 시작한 세계 주식시장은 6일(현지 시각) 재닛 옐런 미(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문제적 발언'을 계기로 또 찬물을 뒤집어썼다. 옐런 의장은 이날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지금의 제로금리가 금융시장에 자산 버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질문에 "현 시점에서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일반적으로 꽤 높은 편(generally quite high)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그가 미국 증시에 대해 언급한 발언 중 가장 직설적인 내용의 '경고'를 담고 있다. 옐런의 경고가 저금리·저유가를 기반으로 상승 랠리를 이어온 글로벌 주식·채권 시장의 활황세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특히 국제 유가가 급반등하며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면서 주요국 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자산 시장에 큰 돌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주 이후 전 세계 주식·채권 시장에서 약 2조달러(2182조원)가 빠져나갔다.


    ◇잇따라 켜지는 과열 경고등


    옐런 의장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금융계 거물들이 잇따라 거품 경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권왕'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탈그룹 매니저는 최근 투자자들에 보낸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주식과 채권 시장에 시한부 사망 선고를 내렸다. 그는 "신용에 기댄 산소 공급이 멈추고 있다"면서 "강세장 사이클 열기가 서서히 빠져나가 종료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경고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2일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연준이 금리를 정상화하면(인상하면) 현재의 주가가 비싸게 보일 것"이라며 주가 하락을 전망했다. 이들 지적대로, 올 들어 주요국 주가 밸류에이션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앞으로 12개월 뒤 각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대비 현재의 주가 수준을 따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일본은 작년 12.7배에서 올해 15.7배로, 미국은 15.5배에서 17.6배로 높아졌다. 특히 중국은 8.4배에서 12.3배로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이 때문에 모건스탠리는 이날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 유가 반등, 인플레이션 심리 자극하며 금리 끌어올려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원유 등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53달러(0.88%) 올라 연중 최고가인 60.93달러를 기록해 올 들어 40% 넘게 올랐다.



    최근 같은 가파른 유가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많지만, 유가 상승 국면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을 촉발한다는 게 문제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심리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금리를 높여 증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주요국 금리는 유가가 오르자 빠른 속도로 반등 중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초 연 1.84%에서 7일 2.24%로 급등했고, 일본 10년물 국채는 지난달 말 0.28%에서 0.44%로 뛰었다. 금리가 움직이자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일제히 채권을 내다 팔기 시작해 금리 상승 연쇄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돈을 싸게 빌려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엔 악재다.


    다만 이런 현상은 일시적 부침(浮沈)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2~3년간 세계 자산시장을 떠받친 핵심 전제, 즉 미국의 올 하반기 금리 인상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속적인 양적완화 기조에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잠시 시장을 재평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동부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본질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의 상승은 향후 경기 회복세를 전제로 하고 이는 기업 이익의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때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