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2 11:46
6개월 새 3차례나 金利인하, 284조원 赤字 예산 편성도
年內 금리 또 한 번 내릴 듯
"만만디(慢慢的·천천히)가 미덕인 중국이 통화정책만큼은 상당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일요일인 10일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깜짝 단행하자, 시장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작년 11월, 28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시작한 중국이 불과 6개월 사이 3차례나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11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기대했던 통화완화 정책에 환호하며 전 거래일보다 3.04% 상승 마감했다.
중국이 다급하게 통화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거시경제 상황이 그만큼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씨티은행, 미국 콘퍼런스 보드, 영국 롬바르드 스트리트 리서치(LSR) 등 서방 기관들은 "실제론 잘해야 6%, 최악의 경우 3.8%까지 낮아졌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더 나빠져 연간 6.8%에 그치고, 내년에는 6.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8~9일 잇따라 발표된 거시경제 지표들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4월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6.2% 감소해 0.9%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크게 못 미쳤고, 수입도 작년 동기보다 16.1% 급감해 시장의 전망치(8.4% 감소) 이상으로 줄었다. 수출 감소폭보다 내수 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 상태다.
이와 함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상승하는 데 그쳐 3개월째 1%대에 머물러 있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떨어졌다. 13일 발표되는 소비·생산·투자 지표 역시 마찬가지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 박옥희 연구원은 "지난달에도 부진한 3월 경제지표가 발표된 바로 다음 날 지준율을 100bp 전격 인하했듯, 이번에도 부진한 4월 지표가 확인된 즉시 예대 금리를 전격 인하하는 기민함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통화정책과 함께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펴면서 거대 중국 경제가 실속(失速)하지 않도록 쌍발 엔진을 풀가동하는 중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1%였던 재정 적자 규모를 올해는 GDP의 2.3% 수준인 1조6200억위안(284조원)으로 확대하는 사상 최대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장강경제벨트 등 대형 인프라 투자를 통한 수요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3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강도 높고 효과가 뚜렷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인민은행이 올해 안에 한 차례 이상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션 창(Chang) 아시아 채권 부문 대표는 "중국 정부의 올해 M2(광의통화) 공급과 인플레 목표치가 각각 13%와 3%인데, 최근 두 지표 모두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금리를 추가 인하하거나, 시중은행으로부터 지방채를 담보로 받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담보보완대출 등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 도구를 이용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