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출판業, 아들 모바일 기술로 세계를 품었다

    입력 : 2015.05.12 12:00

    [삼성출판사 모바일 子회사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


    넥슨·NHN에서 일하다가 아버지 권유로 회사 합류
    핑크퐁 동요·색칠놀이 앱 등 영어·중국어·일어 버전으로 앱스토어 등록해 큰 인기
    모바일 매출 3년새 25배로


    삼성출판사는 1951년 전남 목포에서 작은 서점으로 출발한 60여년 전통의 종합출판사다. 1973년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土地)' 초판을 비롯해 이듬해엔 세계문학전집을 일찌감치 선보였다. 1985년 출간한 '제3세대 한국문학' 24권 전집은 2년 만에 250만부 이상 팔린 당대 최고 베스트셀러였다.


    하지만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출판업(業)도 침체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인 김봉규 창업주의 뒤를 이어 1992년 사업을 물려받은 김진용(金鎭用·59) 대표는 주력 분야를 문학(文學)에서 유아동·여성·교육으로 전환하고, 서점뿐 아니라 대형마트·홈쇼핑, 자체 인터넷몰에서도 책을 팔면서 활로를 모색했다. 덕분에 출판부문 매출액은 2009년 한때 최고치(527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불황과 스마트 기기 보급 등의 여파로 작년 출판 매출은 5년 전보다 30% 감소한 364억원을 기록했다.


    ◇아날로그 출판업에 모바일 접목


    내리막길을 걷던 삼성출판사가 재도약의 계기를 찾은 것은 아들인 3대(代) 김민석(34) 스마트스터디 대표가 2008년 신사업 담당으로 회사에 합류하면서부터다. 민석씨는 고교 시절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정보특기자'로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게임업체인 넥슨과 NHN(현 NHN엔터테인먼트)에서 게임 개발과 마케팅, 기획 등을 맡아왔다. 디지털과 모바일 세상에서 아날로그 출판업으로 들어온 것이다.


    아날로그 출판 콘텐츠에 디지털 기술과 캐릭터를 접목해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는 삼성출판사 김진용(왼쪽) 대표와 아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가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핑크퐁' 여우 캐릭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본격적으로 출판 사업을 들여다본 민석씨는 "마치 황무지 같았다"고 했다. "IT 분야 특히 게임은 엄청나게 많은 마케팅 노하우를 갖고 있어요. 이에 비하면 출판은 사업 노하우도 올드(old)하고 개척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유아동 교육 사업에서 가능성을 읽은 민석씨는 2010년 삼성출판사 자회사로 '스마트스터디'란 모바일 회사를 만들었다. 정보올림피아드 출신 친구들과 게임 회사에서 동료로 일했던 선후배 개발자들을 데려왔다.


    ◇모바일에서 거꾸로 아날로그로


    그는 삼성출판사의 유아용 책을 모바일 앱으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 작품은 동요 네 편을 담은 '율동동요'였다. 동요책에 CD로 붙어있던 노래를 앱에 담고 1분짜리 율동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붙였다. 민석씨는 "처음부터 디자인, 화면 전환, 컬러, 음악 템포 등 모든 것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기획, 개발했다"면서 "동영상 1분을 만드는 데 합창단과 전문 스튜디오·작곡가 등을 섭외하느라 1000만원을 넘게 투자할 만큼 다른 앱과 차별화되는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콘텐츠 유료 결제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하나둘 추가 콘텐츠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첫해 매출이 3억원을 넘겼다. 가능성을 읽은 김 대표는 영어·중국어·일본어 버전을 만들어 전 세계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게임 기획자로서의 경력을 살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붉은색 여우 캐릭터 '핑크퐁'도 만들었다. 동요도 800여편으로 늘렸다. 예측은 적중했다. 핑크퐁 동요 앱은 구글과 애플의 전 세계 100여개국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만든 알파벳 교육용 '핑크퐁 ABC 파닉스' 앱과 '핑크퐁 색칠놀이'도 각각 전 세계 72개, 33개국 앱 스토어에서 1위에 올랐다. 모든 것은 그동안 삼성출판사가 출판했던 유아동 콘텐츠를 바탕으로 했다. 삼성출판사의 유아동 서적이 스마트스터디의 앱을 타고 전 세계 158개국으로 퍼져 총 45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것이다.


    김민석 대표는 "5세 이하 유아동은 국가를 막론하고 통(通)하는 보편적인 콘텐츠가 있다"면서 "양질이지만 브랜드가 약했던 삼성출판사의 콘텐츠가 핑크퐁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간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스터디의 매출은 설립 첫 해(2011년) 3억5000만원에서 작년 76억2000만원으로 3년 만에 25배가 됐다. 처음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이었지만, 이젠 핑크퐁 앱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민석 대표는 "올 하반기 모바일 핑크퐁 앱의 콘텐츠를 오프라인 도서와 교구(敎具)로 만들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진용 대표는 "그동안은 도서 라이선스 수출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디지털 기술과 만난 덕분에 본격적으로 해외 출판시장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