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21 09:25
'핀테크, 금융 혁명' 세션
지난 19일 본지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서는 '핀테크, 금융혁명'이란 세션이 열렸다. 핀테크는 소셜네트워크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먼저 출발할 것처럼 보였던 한국을 따돌리고 세계 곳곳에서 더 빠른 속도로 앞서 달리고 있다. 이날 세션에는 글로벌 핀테크 분야의 선두주자 두 명이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자회사로, 3억5000만명 사용자를 보유한 '알리페이'의 사브리나 펑(Peng) 대표와 올 여름 출시될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6에 탑재되는 간편결제서비스 '삼성페이'의 윌 그레일린(Graylin) 루프페이 창업자가 그 주인공이다. 알리페이의 플랫폼을 '코리아페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한국에 이식하려는 펑과 혁신적인 솔루션인 루프페이를 삼성 휴대폰에 얹어 먼저 세계를 선점하려는 그레일린은 자신들의 전략과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사브리나 펑 '알리페이' 대표]
"하루 4500만명이 이용… 소액 대출이 필요한
서민·中企 등이 몰려 MMF도 100조원대 운용"
"100원! 알리페이에서 판매하는 보험(스마트폰 액정 화면 보상 보험을 말하는 듯)의 월 보험료입니다. 왜 이리 싸냐고요? 우린 부자들을 상대하는 은행, 보험사와 다르거든요. 돈이 많지 않은 서민과 작은 기업을 선호합니다. 보험 가입자가 1억명에 달합니다."
19일 ALC에서 사브리나 펑 알리페이 인터내셔널 대표가 힘찬 목소리로 말하자, 박수갈채가 터졌다. 알리페이는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대출·송금·투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의 핀테크 업체로 하루 평균 이용 건수가 4500만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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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핀테크, 금융 혁명' 세션에 참가한 사브리나 펑 알리페이 인터내셔널 대표는 "알리페이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양질의 금융 상품을 제공하며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비전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펑 대표는 알리페이의 성공 비결로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양질 금융 상품 제공'을 꼽았다. "10만달러 이상 대출이 필요하면 우릴 찾아오면 안 됩니다. 우리는 주로 서민 대상으로 소액 대출을 취급해 1인당 대출 금액은 약 150달러 정도거든요. '작은 게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란 비전을 지키는 상품입니다."
알리페이의 전매특허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餘額寶)에도 알리페이의 정신이 살아있다. 증권사의 종합증권계좌(CMA)와 비슷한 수시 입출금 펀드 상품으로, 하루만 돈을 맡겨도 최소 연 5~7% 수익을 보장한다. 출시 2년 만에 운용 자금이 100조원에 육박한다.
"저를 포함해 사용자들이 소액을 투자해 매일 1달러 정도 이자를 받아갑니다. 1달러면 중국에서 괜찮은 아침밥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인기가 많죠(웃음)."
펑 대표는 2000년 창업 1년 된 벤처기업 알리바바에 합류했다. 당시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비전은 15%의 대기업이 아닌 85%의 중소기업을 위한 온라인 판매 장터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펑 대표는 '차이나 트러스트 패스'라고 하는 기업 간 온라인 상거래 장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부사장 승진에 이어 2012년 알리페이 인터내셔널 대표가 됐다.
알리페이는 연내 알리페이 기술을 토대로 국내에 '코리안페이'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마윈 회장은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 쇼핑몰을 내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중국 및 세계 시장에서 물건을 팔도록 돕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펑 대표는 "한국 결제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핵심 전략은 현지 사정을 존중하는 겁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신용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 기술 지원으로 한국 기업 진출을 돕고 싶습니다."
[윌 그레일린 '루프페이' 창업자]
"삼성의 인수로 자금 확보, 글로벌 사업확장 자신
4초 내에 결제 가능하도록 삼성페이 개발하는 게 목표"
"윌! 드디어 스마트폰 무선 결제에 성공했어!"
2012년 말, 미국 보스턴 루프페이(Loop Pay) 사무실에서 윌 그레일린 창업자는 흥분 섞인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루프페이 공동창업자인 조지 월너였다. 그레일린 창업자는 "전 세계에서 한 번도 보편화하지 못했던 '전자지갑'이 발견된 순간"이라고 했다.
그레일린 창업자는 루프페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카드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카드 정보가 입력된 자기장을 단말기에 전송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긁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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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장을 활용한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인 '루프페이'를 만든 윌 그레일린 창업자는 19일 "결제 서비스 분야는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들이 실제 쓰기 위해선 대형 유통망이 필요하며 스마트폰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일린은 자신의 사업철학을 '81의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소비자가 이용하는 전체 가맹점의 80%에서 무선결제가 이루어져야만, 기존 카드 사용자의 1% 정도가 간편 무선결제로 갈아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술 개발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레일린은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했다"며 "소비자들이 실제 쓰기 위해서는 대형 유통망이 필요했다"고 했다. 정답은 스마트폰이었다. "애플, 삼성 등 여러 스마트폰 회사를 발로 뛰며 인수합병을 먼저 타진했지만 삼성이 가장 호의적이었습니다. 저의 목표는 글로벌 확장입니다." IT 전문 매체인 더버지에 따르면, 삼성은 루프페이 인수 대금으로 2억5000만달러를 지불했다.
그레일린은 현재 루프페이의 CEO이면서 삼성페이의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삼성페이가 시장을 석권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삼성에 달려있다. 삼성이 삼성페이에서 빨리 수확하려고만 하지 말고 육성(cultivate)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확할 수 있는 시기로 3년 뒤를 예상했다.
그는 "갤럭시6로 삼성페이를 출시한 이후 갤럭시5 등 다른 스마트폰에도 삼성페이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온라인·모바일 결제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레일린은 삼성페이를 포함한 전자지갑 시장이 활성화하면 소비자 1인당 보유한 4~5장의 플라스틱 카드가 앞으로 10년 안에 1장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나는 벌써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삼성페이의 경쟁자는 '애플페이'가 아니라, 플라스틱 카드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레일린은 "삼성페이는 최대 4초 만에 앱 실행부터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