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21 09:47
대기업들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려 혈안이 됐다. 유통계열사를 둔 웬만한 대기업은 다 시내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가 특허를 내주는 면세점 사업은 법으로 경쟁을 막아주는 '노다지' 시장이다. 일단 사업권만 확보하면 연간 5000억원대의 추가매출이 기대된다. '바잉파워(구매력)'을 갖춘 대기업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국가가 면세점 특허를 내세워 대기업에 방패막이까지 쳐주며 사업을 하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국내 면세 산업의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면세점 사업은 대표적인 정부 규제산업이다. 면세점을 운영하려면 자본금이 10억원 이상 필요하고, 관세청의 특허도 5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한다. 면세점은 규제도 상당히 까다롭고, 사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들은 면세점 사업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다.
국내 면세점은 올해초 기준으로 16개 시내 면세점과 19개 출국장 면세점, 5개의 지정 면세점이 관세청 등의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서울 시내에는 롯데(3개), 신라(1개), 워커힐(1개), 동화(1개) 등 6개 면세점이 영업 중이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등 면세점 수요가 늘자 올해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대기업에 2개, 중견·중소기업에 1개 등 3개를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 관세청이 6월1일까지 관련 사업보고서를 제출받아 60일 이내 사업자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은 앞으로 5년간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입찰 참여를 밝힌 대기업은 기존 사업자인 롯데, 호텔신라, SK네트웍스,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그룹 등이다.
이들 대기업이 왜 모두 면세사업에 뛰어든 걸까. 번거롭기는 하지만 한번 좌판만 깔아두면 계속해서 돈이 들어오는 알짜 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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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내 면세점 후보지
◆ 유통업 침체속에 나홀로 성장 면세점, 대기업들 군침
기존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가진 유통 대기업들은 면세점 규모를 키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4년 10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롯데월드타워점을 세계 3위 초대형(연면적 총 1만990㎡) 매장으로 개점했다. 관세법에 따르면 기초지자체 내에서는 면세점 사업지를 바꿀 수 있는 조항이 있어 롯데면세점 잠실점을 바로옆 제2롯데월드로 확장 이전한 셈이다. 신라면세점도 서울점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워커힐)도 매장 면적을 늘리고 있다.
대기업이 면세점 사업 강화에 나서는 것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최근 4년간 면세점이 연평균 16.8% 성장할 정도로 활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내국인 면세점 매출이 연평균 2.6% 늘어나는 동안 외국인 매출은 30% 늘어났다. 유통업체가 면세점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업 매출이 경기침체와 출점 규제 등으로 위축되면서 면세점이 유통업체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사업으로 떠올랐다.
특히 시내 면세점이 공항 면세점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도 유통업체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기업이 시내면세점을 백화점, 쇼핑몰 등 회사가 소유한 건물을 활용하면 3.3㎡당 연간 1억원을 웃도는 임차료를 내는 공항 면세점보다 운영비 부담이 적다.
◆ '2장 티켓' 노려 대기업 일제히 뛰어들어
신세계그룹은 6월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면세점으로 사용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은 현재 명품관으로 쓰이는 곳으로 이를 전부 면세점으로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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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9763억원으로 서울 시내 6개 면세점의 지난해 총매출액인 4조3502억원의 45.4%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전체 매출액은 1조원 수준이다. 기존 명품관보다 면세점으로 바꾸는 것이 더 돈이 된다고 본 것이다.
신세계 이외에 다른 대기업들도 면세점 진출을 앞다퉈 선언한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강남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확정했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서로 손을 잡고, 용산아이파크를 입지로 선정했다. 한화그룹도 일찌감치 63빌딩을 후보지로 정하고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서울 동대문 패션거리의 케레스타 빌딩을 사업지로 확정했다. 롯데면세점은 서울 동대문과 이태원 등을 후보지로 물색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면세점 산업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독과점 체제
면세점 시장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독과점 체제다. 업계 추산으로 호텔롯데의 점유율은 52%, 호텔신라는 31%로 양사를 합치면 국내 면세점 시장의 83%를 차지한다. 양사의 사명에는 ‘호텔’이 들어가 있지만 수익의 대부분은 면세점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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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 제품을 보고 있는 중국 관광객
호텔롯데는 2014년 면세사업을 통해 매출 3조9494억원, 영업이익 3915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2013년 같은기간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46% 늘었다. 호텔신라는 2014년 면세사업 매출은 2조6121억원, 영업이익은 1489억원이다. 2013년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55% 각각 증가했다. 면세사업(2조9089억원)이 전체 사업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