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하나로 돈방석 앉는 '골드러시' 끝나가나

    입력 : 2015.05.22 09:48

    앱 이코노미


    요즘 미국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최고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우버(Uber)'다. 택시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 회사에서 출발한 우버는 무인차와 지도 서비스, 헬리콥터 택시, 음악 서비스 업체와 제휴 등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전 세계의 돈과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블룸버그


    지난해 4억달러였던 우버의 매출은 올해는 그 다섯 배인 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월가(街)가 평가하는 우버의 기업가치도 지난해 150억달러에서 현재 500억달러 수준으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아직 기업공개(IPO)도 하기 전인데도 그 정도다. 상장도 하기 전에 기업가치가 500억달러에 이른 기업은 지금까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밖에 없었다. 우버의 기업가치는 이제 세계 3위 스마트폰 메이커인 중국의 샤오미마저 따라잡았다.


    ◇기업가치 500억달러 돌파한 우버


    우버 신화의 출발점은 스마트폰 앱이다. 2007년 7월 10일 애플이 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를 열면서 시작된 앱 생태계가 낳은 최고의 성공 모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앱 생태계는 개발자와 유통망, 소비자로 구성된 경제권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앱 이코노미'라고도 부른다. 미국 CNBC는 전문가의 표현을 빌려 "우버야말로 앱 이코노미의 정수(精髓)"라고 전했다.



    우버의 사례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앱 이코노미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작동하는 250만개의 앱이 출현했고 지금도 매일 3000개의 새 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앱들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액만도 3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그에 비례해 앱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이폰용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만 봐도, 지난 한 해 동안 앱 개발자에게 지급한 돈이 100억달러(약 11조원)를 돌파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아이폰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앱 개발자들에게 총 250억달러(약 27조원)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앱 이코노미의 가장 큰 매력은 국경과 관세의 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앱 하나만 잘 만들어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앱장터인 '구글플레이'에 올리면 스마트폰을 쓰는 전 세계 소비자로 통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대규모 자본이나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개발사도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시장을 노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앱 이코노미의 미래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남편이 프로그래머, 부인이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게임 개발사 '자밥스튜디오'가 만든 '좀비 심판의 날'이라는 게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구글 플레이 추천앱에 오른 뒤 다운로드(내려받기) 수가 10배로 폭증했다. 이 게임을 내려받은 사용자의 국적을 보면 한국이 37%로 가장 많다. 하지만 미국(25%), 홍콩(9%), 브라질(7%) 등을 합치면 해외 사용자가 훨씬 더 많다. 역시 국내 개발사인 벤티케익이 만든 카메라 앱 '레트리카'도 세계로 진출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40%가 사용하는 '국민 앱'이 됐다. 레트리카 역시 해외 다운로드 비중이 98.5%나 된다.


    그렇다면 앱 이코노미의 미래는 장밋빛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갈수록 앱을 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꾸준하게 앱 쇼핑을 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한 달에 내려받는 앱 숫자가 2013년 2.32개에서 지난해 1.82개로 급감했다. 더구나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9명은 유료 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평균적인 스마트폰 사용자가 한 달 동안 새로 내려받는 앱은 한 개가 안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미 사용 중인 앱을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져 새 앱이 두각을 나타내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앱 시장은 극소수의 개발자가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도가 극심해지고 있다. 모바일 시장분석 업체인 '디벨로퍼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상위 1.6%의 앱 개발자가 전체 앱 매출의 약 99%를 가져간다. 반면 아이폰용 앱 개발자의 35%와 안드로이드폰용 앱 개발자 45%는 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100달러(약 11만원)도 안 되는 빈곤에 시달린다.


    더구나 초기에 개인 개발자, 소규모 개발사 중심이던 앱 시장은 이제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지닌 대형 개발사 주도로 변해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앱 이코노미의 변화를 두고 "앱 하나만으로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었던 '골드러시'의 시대는 갔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