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드물고 집값 오르자... 2030, 신혼집 구하러 경매에 몰려

    입력 : 2015.05.26 09:33

    -백팩 메고 경매시장에 '북적'
    "부모님께 손벌리기 싫고 전세 올라 아예 경매로 구입"


    -소액 투자도 가능해 인기
    감정 최저價의 10% 내면 참여… 2억~3억대 빌라 투자 많아


    -경매시장 과열 조심해야
    낙찰가率이 90% 넘으면 경매 투자 메리트 없어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방법원 10층 경매 입찰 법정. 오전 11시 20분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입찰표를 손에 든 60여명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이 중에는 20~30대 젊은이들도 많았다. 백팩을 메고 입찰 봉투에 도장을 찍는 20대 남성, 찢어진 청바지에 야구모자를 쓴 30대 남성도 있었다. 반바지 차림의 이모(27)씨는 "분위기 봐서 막판에 입찰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며 웃었다.


    지지옥션 제공


    주로 40~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도했던 부동산 경매 시장에 최근 들어 20~30대가 뛰어들고 있다.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집값도 조금씩 오르자 신혼부부와 젊은 직장인들이 실거주 목적의 집을 구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법원 경매로 몰리는 것이다. 이날 경매법정에도 줄잡아 전체의 20% 이상이 20~30대였다. 부동산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입찰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다"면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경매장에 젊은층이 늘어나더니 올해는 아이를 안고 오는 젊은 엄마와 신혼부부도 많다"고 했다.


    ◇2030세대 "전세난에 지쳤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빌라(전용면적 59.59㎡)에 응찰한 최모(29)씨는 올해 말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경매 법정을 찾았다. 올 2월부터 벌써 세 번째 입찰에 참여했다. 최씨는 현재 서울 용산구의 원룸(33㎡)에 살며 보증금 1억, 월세 55만원을 낸다. 그는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직장엔 오전 반차를 냈다"며 "색안경을 끼고 볼까 봐 친구들한테는 신혼집을 경매로 구한다는 이야기는 못하지만, 부모님께 손벌리기 싫어 일단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빌라 경매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송모(28)씨도 실거주 목적으로 이날 서울 은평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응찰했다. 그는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려고 하지만 전세금이 너무 올라서 차라리 경매로 집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액 투자 가능해 젊은층에 인기


    2030세대가 빌라 경매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매물도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1억~2억원이면 전용면적 85㎡ 빌라를 낙찰받을 수 있다. 최근 입찰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시세의 80% 안팎이다.



    투자 목적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20~30대도 늘고 있다. 입찰시 최저가의 10%만 보증금으로 내면 경매 참여가 가능하다. 감정가 1억원짜리 원룸에 응찰하려면 입찰보증금 1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또 낙찰받은 뒤에는 낙찰가의 60~70%까지 저리(低利) 대출도 가능하다. 부동산경매 전문가인 정대홍씨는 "일단 낙찰된 부동산은 이전의 복잡한 권리 관계가 지워지고 감정가도 명확해 금융권에서 돈을 쉽게 빌려준다"면서 "이를 활용해 감정가 2억~3억원짜리 빌라에 투자하는 20~30대가 많다"고 했다.


    실제 이날 김모씨(26)는 감정가 1억2000만원짜리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1층 빌라를 7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서울 건국대 입구 부근 빌라에 전세로 산다는 그는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누나와 함께 빌라에 투자했다"며 "월세를 줘 임대 수익을 얻을 생각"이라고 했다.


    ◇경매 시장 과열… 투자 신중해야


    20~30대까지 경매 입찰에 나서면서 경매시장은 갈수록 과열되고 있다.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과 입찰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올 4월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1.6%로 작년 4월(87.3%)보다 4.3%포인트나 올랐다. 4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서 낙찰된 756건 중 낙찰가율 100%를 넘은 경우도 31%(234건)에 달했다.


    경매에 뛰어드는 응찰자 수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경매 응찰자는 지난해 평균 5.7명에서 올해 7.7명으로 늘었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낙찰가율이 90%를 넘으면 사실상 경매 투자 메리트가 사라진다"며 "너무 비싸게 낙찰받으면 세입자 이사비 등 각종 추가 비용을 감안할 때 일반 거래보다 오히려 손해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