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26 09:47
제일모직 (70,200원▲ 0 0.00%)이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 건설과 상사 부문을 담당하는 삼성물산을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2015년 9월 합병 작업이 완료되면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내에서 의식주(依·食·住)와 레저를 총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건설·패션 등 사업별 시장을 넓히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건설 부문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사업 정체기를 벗어날 만한 다른 사업을 찾고 있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재계에서 두 회사가 실속과 명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1:0.35 비율로 흡수합병한다. 합병 비율은 주가에 따라 산출했다. 제일모직은 신주(新株)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두 회사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한 차례 더 가진 이후, 9월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다.
합병 주체는 제일모직이지만, 합병회사 사명은 삼성그룹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삼성물산’을 사용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삼성그룹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해 부동산과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식음서비스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이다.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에는 '종합상사 1호'로 지정돼 해외영업을 주도했고,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했다.
두 회사는 2011년 바이오 사업에 함께 참여했고, 2014년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 인수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전문가들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을 합병한 제일모직이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의 대표 기업으로 사실상 지주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매출액이 합병 전 34조원에서 합병 후 5년 후인 2020년에는 60조원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회사가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을 총괄하는 거대 기업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수 조건으로 꼽혔던 해외영업 인프라를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을 통해 강화할 기회를 잡았다. 삼성물산은 상사 부문의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 중인 바이오 사업 부문에도 최대주주로 참여한다는 이점도 생겼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6.3%, 4.9%를 보유하고 있다.
윤주화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된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