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年 수익률 5.8%, 세계 5大 연기금중 4위

    입력 : 2015.06.02 09:05

    [2005~2014 투자성적 분석해보니… 네덜란드 공적연금, 7.1%로 최고]


    최근 4년간 수익률 年 4.7% 그쳐…
    채권 비중이 60%로 과도한데다 국내 주식투자 성과 부진한때문
    세계최대 日 공적연금, 3.2% 꼴찌


    국민연금의 지난 10년간 투자 성적이 세계 5대 연기금 중 4위에 그쳤다.


    조선비즈가 국민연금의 협조를 얻어 주요 5대 연기금의 연차 보고서에 나온 2005~2014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5.8%로 집계됐다. 연평균 3.2%의 수익을 낸 일본 공적연금(GPIF)보다는 나았지만, 다른 3개 연기금보다는 다소 떨어졌다. GPIF와 마찬가지로 채권 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고, 국내 투자 성과가 부진했던 것이 전체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다.


    ◇10년 성적, 네덜란드 ABP가 가장 좋아…국민연금은 4위


    5개 연기금 중에선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이 지난 10년간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7.1%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 해 20% 넘는 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이후로는 두 자릿수 수익을 기록하는 등 성과가 좋아지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과 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GPFG)이 각각 6.2%의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은 5.8%로 4위를 기록했다.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2000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수익률이 6.3%로 주요 연기금을 앞섰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미국·네덜란드·노르웨이 연기금이 20% 넘게 손실을 낼 때도 국민연금은 -0.2%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년 만에 순위가 크게 밀렸다. 가장 성과가 좋지 않았던 연기금은 일본의 GPIF였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GPIF는 10년간 연평균 3.2%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결산 자료가 다 나오지 않아 일부 연기금은 분기 실적으로 가중 평균한 만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이후 수익률 주춤…4년간 연평균 4.7%


    국민연금의 투자 성과는 2011년부터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2009~2010년에 10% 넘는 수익을 내다가 2011년2.3%로 뚝 떨어졌다. 이후 작년까지 4년간 연평균 4.7%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비대한 채권 보유 규모를 원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는 안전 자산인 채권을 많이 보유한 것이 투자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저(低)금리 정책을 펼치자 수익률이 다른 곳보다 급격히 떨어지게 됐다는 것.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자산에서 국내와 해외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0.1%다. 2009년 이후 꾸준히 채권 보유 비중을 줄여가고 있지만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ABP와 노르웨이 GPFG는 40%가 안 된다. ABP는 주식과 대체자산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고 GPFG는 주식 비중이 60%가 넘는다.


    국내 투자 수익률이 몇 년째 부진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11년 이후 작년까지 1700~2050의 범위 안에서 오르내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에 약 84조원을 투자했다.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 정도다.


    2012~2014년 간 국내 주식 수익률은 연평균 2.3%에 그쳤다. 2012년에 10% 넘게 수익을 냈지만 2013년 2.7%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5.43% 손실을 기록했다. 투자 자산별로 보면 작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국내 주식뿐이었다. 국내외 채권, 대체자산 등에 투자해 번 돈을 국내 주식에서 까먹은 셈이다.


    ◇2015~2019년 목표 수익률 연평균 5.8%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목표 수익률을 연평균 5.8%로 설정했다. 지난 10년 간 국민연금이 실제로 달성한 수익률과 같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남재우 연구원은 "고(高)금리 시대에 얻었던 투자 수익률을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도전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채권을 줄이고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배분 구조를 확 바꾸겠다고 선언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