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02 09:15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신청 마감… 대기업 창업자부터 2세·3세까지 자존심 걸고 뛰어들어]
- 한달 뒤, 티켓 2장은 누구에게?
매출 4년만에 83% 증가 '황금알'… "면세점 경쟁 너무 과열" 지적도
- 제일 중요한 건 'Where'
입지와 규모가 승부 가를 듯… 중견·중소기업 경쟁, 14대 1
6개社 이상이 "동대문에 짓겠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전쟁이 점화(點火)됐다. 1일 마감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신청 대기업 부문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 8곳(신청 법인 7곳)이 참가했다. 관세청은 올 7월 중순 이 가운데 두 법인만 사업자로 선정한다. 나머지는 고배(苦杯)를 마시게 된다. 참가 대기업들은 입찰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참가한 대기업들은 모두 오너가 확실한 기업이다. 사업계획서를 낸 대기업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법인인 HDC신라면세점,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 신세계DF, 현대백화점, 이랜드면세점이다(2014년 공정위 재계 순위 기준).
이중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창업자로서 오너 1세(世)이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오너 2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오너 3세다. 한국에서 대기업 1~3세대가 뒤섞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승부처는 '면세점 立地'
서울 시내 면세점 주무 부처인 관세청은 각 업체들이 낸 사업계획서를 평가하고 실사(實査)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세청이 밝힌 심사 기준은 1000점 만점으로 경영능력(300점), 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관광인프라(150점), 경제사회발전 공헌도(300점) 등으로 구성된다.
각 업체가 꼽는 승부처는 면세점 입지와 매장 규모이다. 사업계획서를 낸 한 대기업 대표는 "사업계획서를 써보니 사회 공헌도와 향후 계획에서는 다른 기업과 확연한 차이를 내기 힘들었다"며 "매장 규모와 교통 접근성, 주변 관광지 존재 여부 등 부동산 입지에서 격차가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각 기업은 자신들의 입지가 최선(最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용산역사에 만들겠다고 했고, SK네트웍스는 관광객이 많이 가지만 면세점이 없던 동대문을 선택했다.
롯데면세점은 계열사가 갖고 있는 쇼핑몰인 동대문 피트인에 중소면세점과 같이 입점해 '면세점타운'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금빛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여의도 63빌딩을 후보지로 정했다. 신세계DF는 현존하는 1호 백화점 건물인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전부 면세점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강남에 있는 무역센터점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했다. 이랜드는 최근 관광객이 몰리는 홍대 앞을 잡았다.
◇중견·중소 면세점은 경쟁률 14대1
중견·중소기업 부문에는 사업권 1장에 14곳이 몰렸다. 그중 6곳 이상이 서울 동대문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했다. 한 입찰 참여 업체 관계자는 "동대문은 명품 소비보다는 중저가 상품 소비가 많은 곳이어서 중견·중소기업 면세점에 최적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대문에는 매년 중국인을 비롯한 500여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만 면세점이 없다. 사업자 1곳을 뽑는 제주 시내 면세점 입찰에도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와 중소면세점인 엔타스 등 3곳이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최근 면세점 경쟁은 과열(過熱)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서울대 주우진 교수(경영학)는 "과거 상당수 면세점 사업자들이 충분한 노하우를 갖추지 못하고 뛰어들었다 실패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경영학)는 "중국인 관광객 위주로 진행되던 명품 위주의 싹쓸이 쇼핑 트렌드에 변화 조짐이 보이는 만큼 쇼핑과 레저, 관광이 융합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면세점이 진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高성장 사업이지만 過熱"
기업이 면세점에 몰리는 이유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의 뛰어난 수익성과 성장성 때문이다.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 1114만명이 됐고 지난해는 1420만명으로 늘었다.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국내 면세점 총매출액은 2010년 4조5260억원에서 지난해 8조3077억원으로 4년 만에 83% 정도 증가했다. 유통업태 가운데 보기 드문 고속 성장이다.
이런 면세점 가운데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은 알짜는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80% 이상이 서울을 찾는 데다가, 시내 면세점은 공항 면세점에 비해 임차료가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2013년 대비 50% 늘었다. 다른 대기업 계열 서울 면세점들도 일부 매장은 매출 증가율이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중 최대 매출(1조9000억원)을 낸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은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포함한 국내 모든 유통 매장을 통틀어 단일 매장으로 1위에 등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