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가계 대출 '사상 최대' 11兆 돌파

    입력 : 2015.06.02 09:38

    年 금리 11.7%… 은행의 4배
    '빚의 질' 악화 대책 마련 시급


    가계 대출이 11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에 비해 고(高)금리이고 원리금 상환 조건도 불리한 편인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이 1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그만큼 가계 부채가 양적 측면과 동시에 질적 측면에서도 악화됐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저금리 기조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에 비하면 크게 높다. 지난달 저축은행의 일반 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가중 평균)는 연 11.73%로 은행의 가계 대출금리(연 2.96%)의 4배에 달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11조309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1조239억원(10.0%), 1년 전과 비교하면 2조3381억원(26.1%)이 증가했다. 2011~2012년 저축은행 무더기 퇴출 사태 당시의 10조원대 보다 더 많다.


    저축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는 집을 담보로 하는 주택 담보대출보다 신용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라 금융 당국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 부채 완화 대책인 안심대출제도 시행 등으로 그나마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주택 담보대출이 은행권으로 몰리면서 저축은행 등 고금리의 제2금융권에서는 신용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에 금융기관별 가계 대출 증가액은 은행권이 7조8000억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1조5000억원으로 은행권의 증가액이 더 크고, 증가율도 가파르다. 그러나 저축은행 등의 대출은 주택 담보대출보다 가계의 신용 대출, 개인 사업자의 사업 자금 대출 등이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한은은 보고 있다.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소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가계 대출 증가는 가계 부채의 뇌관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면서 "1100조원이라는 가계 부채의 총량보다 이처럼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부분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