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합병의 投資공식... '대주주와 한배를 타라'

    입력 : 2015.06.05 09:44

    -삼성·SK그룹 사례 따져 보니
    대주주 지분율 높은 제일모직, 삼성물산 10% 오를 때 260%↑
    최태원 회장의 SK C&C도 프리미엄 효과로 712% 올라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주주와 한배를 타라'라는 투자원칙이 있다.


    합병을 비롯,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의 이익에 더 부합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자 역시 이를 내다보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4일 삼성물산의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이날 헤지펀드가 문제 삼은 것은 '합병 비율'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제일모직의 주식을 50% 넘게 가지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13% 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일모직에 더 유리한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합병은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기업이 일부러 주가를 올리거나 내리지는 않지만 대주주가 유리한 타이밍에 합병 비율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경우 대주주 지분이 많은 기업 주식을 들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점이 다시 증명됐다"고 평가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제일모직 투자가 옳았던 셈


    지난 26일 발표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1:0.35였다.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제일모직 주식 35주를 받는다는 뜻이다.


    다만 이 타이밍은 삼성물산 주주에게는 최악의 타이밍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7만~8만원대에서 거래되다가 주택부문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5만~6만원대로 떨어졌는데, 이 상황에서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


    비슷한 시기에 두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 제일모직 투자자들이 삼성물산 투자자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제일모직은 공모가 대비 260%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의 주식은 10%가량 올랐다.


    ◇SK·SK C&C 때도 비슷한 사례


    SK와 SK C&C의 합병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SK와 SK C&C의 합병 비율은 1:0.73이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이 SK C&C에 유리한 타이밍에 결정됐다고 봤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SK 지분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SK C&C는 40%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2010년에 두 기업을 합병했다면 SK와 SK C&C의 합병 비율이 1:1.19로 적용됐을 것"이라며 "SK그룹 대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 비율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SK보다는 SK C&C에 투자하는 편이 나았다. SK C&C는 SK와 합병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 2009년 SK C&C 상장 이후 주가는 712% 올랐지만, SK의 주가는 98%가량 올랐다.


    ◇대주주 지분율 높은 종목 투자를


    대신경제연구소 안상희 연구원은 "대주주가 손해를 보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하지는 않는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데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가 반영된 것이 최근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3% 내렸다. 반면 삼성SDS의 주가는 6% 가까이 뛰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이 나돌면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를 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5.0% 오르고, 삼성SDS의 주가는 7.3% 내렸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장(전무)이 3일 "삼성전자와 삼성SDS 간 합병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