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국민연금 등에도 "삼성물산 합병 반대하라" 요구

    입력 : 2015.06.08 09:18

    [폴 싱어 대표는 어떤 인물]


    공화당 큰손으로 '거액 기부'
    "소액 주주들 불만 대변한다" 美언론선 비교적 긍정적 평가


    "피도 눈물도 없는 투기꾼" 국제사회선 악명 높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공격에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국민연금·삼성화재 등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을 반대하라'는 내용의 공식 문서를 보내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5일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며 위법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국민연금에 보냈다. 삼성화재·삼성SDI 등 다른 주요 주주들도 같은 내용의 문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번 사냥감을 포착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끝끝내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 헤지펀드의 집요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엘리엇은 국제 금융가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투기꾼'이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미국과 해외 언론들은 엘리엇에 대해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다"(로이터)는 등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물산 3대 주주로 등장,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미국 헤지펀드 엣리엇 매니지먼트의 폴 엘리엇 싱어 회장은 공화당에 막대한 후원금을 내는 거물급 후원자이다. 사진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 /블룸버그


    외신들의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는 엘리엇의 설립자 겸 대표인 폴 엘리엇 싱어(70) 회장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에서 '투기꾼'이란 이미지와 더불어 '기부와 자선사업에 열심인 공화당의 큰손'이란 평판도 갖고 있다.


    싱어 회장은 철저히 계산적으로 주식·채권을 매입한 후 허점을 파고들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로 유명하다. 2005년 4월 미국 소매 업체 샵코가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을 때, 싱어 회장은 주당 24달러의 인수 가격이 너무 싸다며 반대하는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는 샵코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결국 주당 매각 가격을 29달러로 끌어올렸다.


    유대계 미국인인 싱어 회장은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로, 공화당의 '큰손'으로 불린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 진영에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거액을 지원했다. 그는 보수적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공화당 노선과 달리 동성결혼 합법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는 2011년 뉴욕주의 동성결혼 합법화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100만달러가량을 들여 찬성 캠페인을 벌였다. 이는 의사인 그의 아들 앤드루가 게이이기 때문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싱어 회장은 '폴 싱어 가족재단'이란 자선재단을 설립해 뉴욕 경찰, 동성연애자 권익옹호단체, 뉴욕시 무료 급식 사업 등을 후원하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에서 싱어 회장의 평판은 악명투성이다. 그가 페루와 아르헨티나, 콩고 등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나라들의 국채를 헐값에 사들여 큰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엘리엇 IR(투자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38년간 연평균 13.7%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고 현재 260억달러의 투자금을 굴리고 있다. 본지는 엘리엇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엘리엇 측은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할 계획이 없다"는 거절 회신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