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08 09:52
[성장정체 위기 월마트, 전자상거래 최강자 아마존과 정면승부]
年회비 50달러 내면 3일내 배송
비용, 아마존의 절반수준 낮춰… 기존 매장 활용한 픽업서비스도
아마존 '주문후 이틀내 배송'서 '당일 정오까지 주문하면 오후 9시까지 배송'으로 맞불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 월마트와 온라인 유통의 정복자 아마존. 미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대표하는 두 유통업체가 최강을 가리는 진검 승부에 들어갔다. 서로 활동 무대가 다른 두 업체가 맞붙은 곳은 아마존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전자상거래의 배달 시장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포화로 성장에 한계를 느낀 월마트가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지난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3049억달러(약 339조원)로 1년 전보다 15.4% 성장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기 침체에 빠진 2009년 이후 5년 연속 15%가 넘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아마존 텃밭에 도전장 내민 월마트
월마트는 지난달 13일 "월마트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타호(Tahoe) 멤버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AP통신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여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 멤버십 서비스의 타깃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2005년부터 연회비 79달러(작년에 99달러로 인상)를 낸 프라임(Prime) 회원에 대해 주문 후 이틀 내 무료 배송 서비스를 주문 횟수와 관계없이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단 35달러 미만의 주문에 대해선 배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당일 배송이 일반화된 우리나라와 달리, 땅덩이가 넓은 미국에선 배달이 전자상거래의 핵심 경쟁력이다.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가 시작되기 이전엔 주문한 물건을 배달받으려면 고객이 배송비를 부담해야 했고, 배송 기간도 대개 일주일 넘게 걸렸다. 프라임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비자들이 배송비를 걱정하지 않고 이틀 내 배달에 익숙해지면서 프라임 회원 수는 4100만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연간 1100달러를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의 타호 멤버십은 연회비가 50달러로 아마존의 절반 수준이다. 무료 배송 기간이 3일 이내로, 아마존보다 하루 긴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아마존과 달리 미국 전역에 450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월마트 매장과 5마일(8㎞) 이내 거리에 산다"면서 "월마트 매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고객에겐 아마존보다 더 빨리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당일 배송 카드로 맞불 작전
월마트의 도전에 맞선 아마존의 수성 전략은 '당일 배송'이다. 월마트의 멤버십 서비스 계획이 보도된 후 15일 만인 지난달 28일, 크리스 러프 아마존 부사장은 "프라임 회원이 당일 정오까지 주문을 마치면 오후 9시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무료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배송 기간을 기존 이틀에서 당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프라임 회원이라도 주문액이 35달러 미만이면 5.99달러의 배송비를 물어야 하고, 비회원인 고객은 당일 배송 시 건당 8.99달러와 물품 하나당 99센트의 배송료를 내야 한다.
배송 기간만 따지면 아마존이 압승할 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아마존의 약점은 월마트와 달리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매년 10개 안팎의 물류센터를 건설해 유통망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가동 중인 물류센터는 60여개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당일 배송 서비스를 뉴욕시와 LA, 애틀랜타 등 14개 대도시부터 도입한 후 유통망이 갖춰지는 대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무료 당일 배송 품목이 책과 게임, 전자제품 등 공산품 위주인 것도 아마존의 약점이다. 반면 신선한 청과류를 비롯한 식료품에 강점이 있는 월마트는 매장별로 픽업(pickup) 센터를 만들어 고객이 미리 주문해놓은 상품을 찾아가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
회사 규모로만 비교하면 아마존은 월마트의 상대가 되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월마트 매출액은 4856억달러(약 540조원)로 아마존(920억달러)의 5배가 넘었다. 하지만 성장 속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월마트 매출은 2008년 4056억달러에서 6년간 20% 늘어난 데 그친 반면, 아마존은 같은 기간 245억달러에서 920억달러로 거의 4배로 증가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아마존은 10년 이내에 월마트를 추월하게 된다.
위기감을 느낀 월마트의 온라인 진출은 하루아침에 결정된 게 아니다. 월마트는 2000년대 후반부터 공격적으로 온라인 쇼핑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을 인수해왔다. 지난해 6월엔 모바일 쇼핑 앱 업체인 '스타일러(Stylr)'를 인수했다. 월마트의 13번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인수였다. 그런데 이 앱은 월마트에 인수되자마자 폐쇄됐다. 월마트가 이 앱을 인수한 진짜 목적은 스탠퍼드대 출신의 공동 창업자인 에이튼 다니얼제이드와 버크 아티코글루의 영입이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월마트가 인수한 벤처 출신 인재들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월마트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과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한 옴니채널(omni-channel) 구축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프라인 쪽 물류센터를 확충하는 아마존이나 온라인 투자를 늘리는 월마트의 목표는 결국 하나"라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되는 미래 유통 산업의 통합 챔피언이 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