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벤처에 몰려든다... 직접투자 역대 최대

    입력 : 2015.06.09 09:50

    네시삼십삼분·옐로모바일 천억대… 쿠팡, 1조1000억원대 투자 유치
    해외 투자사 펀드도 속속 등장 "글로벌 교류 확대가 투자로 연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벤처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상거래시장에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성원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지난 3일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일본 본사가 한국의 전자상거래기업 쿠팡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자 그 배경을 밝힌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한국에 진출해 있는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벤처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내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했었는데, 이례적으로 쿠팡에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몇백억원 수준의 투자 유치 소식이 하나둘 들리기 시작하더니 1000억원대, 1조원대 투자까지 등장했다. 특히 건당 투자금 액수 면에서 외국 자본의 투자 규모는 국내 벤처캐피털을 압도하고 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해외 투자자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진 것을 한 가지 원인으로 꼽는다. 초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대규모 후속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성장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 자본 투자 잇따라


    외국 자본의 국내 벤처기업 투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0월 미국계 베인캐피털이 자동차 공유 서비스 업체인 쏘카에 180억원을 투자했고, 11월엔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배달앱 서비스 업체 우아한형제들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IT 업체인 텐센트는 라인과 손잡고 게임 개발사인 네시삼십삼분에 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모바일 서비스 업체 옐로모바일도 1100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3월엔 뷰티 서비스 업체 미미박스가 포메이션8·굿워터캐피털 등으로부터 약 330억원을 투자받았다.



    건당 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외국 자본의 투자 활동이 더 두드러진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투자 유치액 규모 상위 5개 중 4개가 외국 자본이 투자한 것이었다.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0년 130억달러에서 지난해 19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 투자사 펀드도 속속


    해외 전문 투자기관이 국내에 펀드를 만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회사인 500스타트업은 지난 5월 오픈한 구글 서울캠퍼스에 입주하면서 164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다. 500스타트업은 이미 지난 4월 30일 영상제작플랫폼 업체 비렉트에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투자했다.


    지난 2월엔 중국 벤처투자 2위기업인 IDG캐피탈이 중소기업청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 IDG캐피탈은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인 바이두, 텐센트 등에 투자해 큰 이익을 남긴 바 있다. 이 펀드는 콘텐츠, 헬스케어, 바이오, 게임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의 벤처투자회사 요즈마그룹도 요즈마펀드를 조성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벤처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네트워킹 확대


    벤처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과의 교류 확대가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한데, 한국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투자 설명회도 많아지면서 투자 정보를 얻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창업 지원기관인 K-ICT 본투글로벌센터가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데모데이(투자 설명회)를 지원하고 있고, 코트라, 서울산업진흥원, 창조경제추진단 및 비영리 벤처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디캠프 등도 적극적으로 교류 확대를 이끌고 있다.
    오덕환 본투글로벌 센터장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우수한 모바일 인프라 환경과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