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대납 불법 판치는 온라인 GA...손 놓은 금감원

    입력 : 2015.06.10 09:24

    최대 3개월치 보험료 대납‥온라인 GA 불법 경쟁 확산
    금감원, 불법 인정하면서 단속 의지 없어


    온라인 보험백화점(법인보험대리점·GA)을 중심으로 보험가입자의 월 보험료를 최대 석달치까지 대납해주는 불법마케팅이 활개를 치고 있다. 현행법상 보험사나 대리점이 고객에 보험료를 대납해주거나 3만원 이상의 경품을 지급하면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인력난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한 단속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GA부터 소속 설계사가 수천명에 달하는 대형 GA까지 초회보험료를 대납해주는 불법마케팅을 공공연하게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보험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는 식으로 고객들을 꼬드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온라인 보험GA인 리치플래너컨설팅의 자체 문자발송 프로그램. 설계사들이 고객에 보내는 안내 문자로 빨간색 선 안에 '캐쉬100%'라고 쓰인 부분은 첫회 보험료를 전액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뜻이다. / 내부자 제보


    이 같은 불법 마케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리치플래너컨설팅 등 온라인 전문 GA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리치플래너컨설팅은 2015년 3월말 기준 설계사 규모만 1900명에 이르는 대형 GA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보험 비교'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트 중 열에 아홉은 리치플래너가 운영하는 사이트다.


    온라인 GA의 한 설계사는 "리치플래너가 설계사로 하여금 자기 수당에서 초회보험료를 대납하도록 하는 식으로 온라인 GA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며 "나머지 온라인 GA도 어쩔수없이 초회보험료를 납입해가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들 보험사는 최대 3개월치 보험료를 대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입보험료가 큰 종신보험으로 치자면 수십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6월 9일 오후 네이버에서 검색해 나온 사이트 10곳 중 9곳은 리치플래너컨설팅이 운영하는 사이트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 사진에 나오는 사이트 6곳 중 1곳(인스밸리)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등록 법인이 리치플래너컨설팅으로 돼 있다. / 네이버 화면 캡쳐


    현행 보험업법 98조 '특별이익의 제공금지' 조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는 보험계약자를 대신해 보험료를 대납하거나 3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해선 안된다. 이 법을 위반하면 금융위원회는 6개월에 한해 보험대리점에 업무정지를 내리거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장은 "개인GA까지 포함하면 검사 대상이 무려 2만4000여개"며 "현재 금감원 담당 인력이 20명도 안되다보니 모두 검사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실장은 지난 5월22일 조선비즈가 온라인 GA의 불법 영업 실태를 보도했을 당시에 “보험료 대납은 금액의 규모를 떠나 모두 불법이며 사실 관계를 점검한 뒤 필요하다면 검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료 대납이 명백한 불법임을 알면서도 금감원이 인력난을 이유로 검사에 나서지 않은 것은 자기업무를 수수방관하는 것"이라며 "GA시장이 지금처럼 불법의 온상이 된 것은 초기에 GA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감원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3분기(7~9월) 전체 신규 보험료 21조5042억원중 GA가 벌어들인 비중은 40.1%(8조6299억원)다. 2014년 9월말 기준 전체 보험설계사(39만6988명) 중 GA 소속 설계사도 46.6%(18만5139명)로 절반에 육박한다. 소속 설계사가 3000명이 넘는 등 웬만한 중견 보험사 설계사 조직 보다 큰 대형 GA도 9개에 이른다.


    ☞용어설명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

    여러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파는 일종의 보험백화점. 특정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대리점과 달리 판매 위탁 계약를 체결한 곳의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소속 설계사가 수천명은 물론 1만명이 넘는 GA가 생겨남에 따라 보험사 보다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GA는 4000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