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2 09:32
[LG전자의 신성장동력 'VC본부' 눈부신 성장]
TV·세탁기 등의 첨단기술, 내비게이션·후방램프 등 車 각 부품에 응용해 성공
폴크스바겐·벤츠 등에 납품… 1분기 3826억 매출, 33%성장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은 올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율주행(무인)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 차에 탑재된 차량용 카메라와 후방 램프, 내비게이션(길 안내 프로그램) 등 주요 부품 7종은 LG전자가 공급한 것이다.
2013년 7월 설립된 LG 전자 'VC(Vehicle Component·자동차 부품)사업본부'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작년 처음 매출 1조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더욱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TV·스마트폰·세탁기·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다루던 LG전자가 '자동차'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은 것이다.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車부품
자동차 부품 사업은 LG전자가 최근 10여년 사이에 벌인 신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인천 청라신도시에 있는 LG전자 인천캠퍼스에 본거지를 둔 VC사업본부는 생산, 연구개발(R&D), 영업 등 근무 인력이 2500여명에 달한다.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우종 사장은 옛 대우자동차에서 개발 담당 임원을 지냈으며 자동차 부품 사업을 준비하던 LG에 영입됐다.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내비게이션(길 안내 시스템)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차량용 통신)·전기차용 모터·운전보조시스템(ADAS) 등이다. 대부분은 인천캠퍼스에서 생산하지만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은 경기도 평택 공장과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 등에서도 생산한다.
그동안 LG전자는 TV·에어컨·세탁기 등 가전 분야에서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으로 급속히 사업을 확장해 나갈 때 오히려 LG전자는 반도체 사업 매각, 스마트폰 진출 시기 실기(失機) 등으로 뒤처졌다.
그랬던 LG전자가 새롭게 눈을 돌린 곳이 자동차다. 최근 자동차 산업은 급속도로 IT(정보기술) 산업과 융합되고 있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은 전기로 작동하는 모터로 대체되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조종하는 스마트카 기술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이우종 VC사업본부장은 "LG전자가 IT와 가전에서 축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회사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청소기 기술을 무인차에 응용
실제로 LG전자가 만드는 각종 자동차 부품은 대부분 기존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VC사업본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정보와 오락의 합성어) 시스템은 TV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합해졌다.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에 탑재되는 액정 화면의 시야각을 178도까지 넓혀 운전자나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쉽게 화면을 볼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독일의 폴크스바겐 등에 납품된다.
전기차·무인차에는 세탁기·로봇청소기 등의 기술이 들어간다. LG전자는 현재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손잡고 무인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를 개발 중이다. 이 카메라가 있으면 차량 전방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교통 정보를 수집해 운전자 없이도 주행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바닥의 장애물을 피해 가며 방을 청소하는 로봇청소기의 카메라·센서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세탁기용 다이렉트 드라이브(DD) 모터도 전기차 모터 개발에 쓰인다.
VC사업본부는 올 1분기에 매출 38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했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거듭해 세계 30위권 자동차 부품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자동차 부품을 넘어 완성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계열사인 LG화학의 배터리, LG하우시스의 차량용 소재 기술까지 더하면 얼마든지 'LG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완성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전무(全無)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