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2 09:42
[기준금리 1.5%… 초저금리 시대의 재테크]
앞으로 금리 반등할 가능성 염두… 목돈은 3~6개월짜리 상품에 넣고 장기債, 수익났다면 매도 타이밍
초저금리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해외시장 투자 적극 진출해 효과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면서 국내 자산시장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예금자들은 낮아진 이자 때문에 속이 상하지만, 대출을 많이 받은 사람이나 받을 예정인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찾기도 어려운 정기예금 통장에 1억원을 넣어놔도 세금 떼고 나면 한 달 이자가 10만원꼴이다.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은행에 저축해도 돈이 불어나지 않는 시대가 닥친 것이다. 특히나 이자로 생활해왔던 고령자들이 받는 충격이 가장 크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상품 금리를 속속 끌어내리고 있다. 당장 SC은행은 12일부터 1년 만기 특판예금 금리를 연 1.95%에서 1.9%로 인하하며, 삼성증권은 CMA(종합자산관리계좌) 금리를 12일부터 종전 연 1.6%에서 연 1.35%로 내린다. 다른 증권사들도 15일부터 CMA 금리를 0.25% 포인트 안팎 조정할 예정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상무는 "초저금리 시기엔 동일한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금이 급속하게 늘어난다"면서 "지금은 예금에 10억을 넣어놔도 한 달 이자로 130만원도 채 받지 못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통장 잔고 불리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예전처럼 예·적금만 고수하면 자산을 늘려가기 힘들다고 조언한다. '재산 안락사'를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까먹지 않는 자산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모주처럼 손실 위험은 제한적이면서 플러스알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틈새 투자처엔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10~11일 이뤄진 SK D&D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시중자금 4조4000억원이 몰려들어 57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 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보다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국내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예·적금 만기는 장기보다 단기로 짧게 끊어 가입했다가 금리가 인상될 시점을 노리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김일구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세자금과 같은 돈은 원금이 보장되는 예금 이외의 곳으로 이동하긴 어렵다"면서 "예금에 넣어야 한다면 1~3년 등 장기로 금리를 확정시키지 말고, 3~6개월마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이자가 달라지는 실세금리 연동형 상품(일명 회전식 예금)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했다. 최광철 대신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재테크 목적에서 장기 국채나 국채펀드 등에 가입한 투자자는 현재 일정 수익이 난 상태라면 매도 타이밍을 엿볼 때"라고 말했다. 향후 장기채는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세에 연동되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내 채권시장도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가 바닥이란 인식 하에 움직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4% 포인트 오른 1.797%에 마감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채권 금리는 이번이 마지막 인하라고 인식하고 반등했지만, 메르스 공포로 내수 위축이 장기화된다면 6월 인하가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역사적 저점
이날 각 은행 지점에는 "지금이라도 대출을 갈아타야 하느냐", "금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 같으냐"는 문의도 빗발쳤다. 특히 금리가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변동금리로 갈아타야 하는지 고민하는 대출자들이 많았다. 현재 3% 안팎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이자율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2% 중후반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당장의 금리차만 보고 성급하게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탔다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원기 신한은행 PWM도곡센터 팀장은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도 따라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저금리는 단기적 이벤트성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고정금리 대출을 상환하고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데 따른 거래 비용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대출자의 경우엔 대출 기간이 3~5년으로 짧다면 변동금리를, 그 이상이라면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금융업계에서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대 싼 이자로 돈을 빌려 5~6% 수익만 올려도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도 있는 만큼 무턱대고 높은 수익을 주는 상품보다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쪽을 찾아보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연 5~6%의 수익을 주는 ELS(주가연계증권)나 장기 은행채(코코본드)를 비롯해 공모주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등의 매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승환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일본 투자자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새 기회를 찾아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만족스러운 수익을 올렸다"면서 "한국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2%도 되지 않는데 한국에만 집중 투자한다면 나머지 98%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