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엘리엇 '위임장 대결' 시작

    입력 : 2015.06.15 09:16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얻어야 합병안 통과
    외국인 지분 27%가 관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정해진 양사 간 합병 비율을 1대 1.6으로 대폭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제일모직에 대한 삼성물산의 상대 가치를 5배 정도 높여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합병 비율을 합병 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서에도 적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14일 말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의 공정가치를 합병가액(주당 5만5767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10만~11만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4.06%) 가치만 해도 8조원이 넘어 삼성물산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만큼, 현재 책정된 합병가액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제일모직의 합병가액(15만9294원)은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삼성 오너 일가(一家)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합병가액은 시장가격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출하도록 돼 있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대다수 합병 전문 변호사들도 "법에 따라 산출된 합병가액을 조정하자는 주장은 법원이 수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다음 달 17일 열리는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이번 주부터 좀 더 많은 주주로부터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받기 위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시작한다. 두 진영은 주주 참석률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승산(勝算) 계산도 벌이고 있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주주 출석률이 70%라고 가정할 때 찬성 지분이 46.7%를 넘어야 한다. 반대로 같은 출석률에서 합병안을 부결시키려면 엘리엇은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여 반대 지분을 23.4% 이상 확보해야 한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엘리엇 측은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주주들에게 심어주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