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6 09:12
[5개 카드사 현금서비스 10명 중 6명은 年 20%대 高금리 적용]
韓銀 기준금리 1.5%로 낮추자 대부업체까지 금리 내리는데 카드·캐피털업계는 요지부동
조달금리 1%대… 순익 27% 증가
무차별 고금리 대출로 번 돈, VIP고객 마케팅 비용으로 써
"고객님의 연체이자 부담을 줄이고자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연체이자율 기준을 변경합니다."
최근 연 20%대 금리로 현금서비스 100만원을 받은 직장인 이모(35)씨는 이런 내용이 담긴 A카드사의 이메일을 받았다. 골자는 연체이자율을 23~29.5%에서 23~29.2%로 변경한다는 것이었다. 최저 금리는 똑같고, 최고 금리만 쥐꼬리만큼 내린 셈이었다. 이씨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캐피털사의 조달금리가 1%대로 떨어졌지만, 주요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은 고객들에게 연 20%대 후반의 고금리를 받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우리 등 주요 5개 카드사는 현금서비스 이용 회원 10명 중 6명(64%)에게 연 20%대의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캐피털업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OK아프로캐피탈은 고객 88.5%에게 25~30%의 이자를 물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낮추면서 은행·저축은행뿐 아니라 대부업체들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카드·캐피털업계는 요지부동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로부터 대출 원가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아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대출금리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조달금리 연 1%대로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고금리 대출
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지 않아 대출자금의 70~80%를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조달한다. 국내 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은 대부분 대기업·금융지주계열 자회사라서 조달금리가 더 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25% 수준이었던 2011~2012년 당시, 주요 카드·캐피털사들의 조달금리는 3.5~5%대, 현금서비스 금리는 26~27% 수준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현금서비스의 10% 이상이 부실화돼 돈을 떼인다고 쳐도, 카드사들은 금리 마진이 4~5% 선에 달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들의 수익구조는 더 좋아졌다. 현재 주요 카드·캐피털사들의 조달금리는 1%대 초중반까지 내려와 있다. 예를 들어 카드사가 100억원을 1.8%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하면, 1억8000만원을 투자자에게 이자로 지급한다.
반면 카드사가 연 22% 금리로 100억원을 현금서비스로 대출하면 22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회사채 이자지급액을 빼고 20억20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익에서 떼이는 비용(8%)과 마케팅 관리비(4~5%) 등을 제외하고도 최소 7억~8억원의 마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고객 신용등급 상관없이 무차별 고금리 부과
카드·캐피털사들은 높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고객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금리 차등화도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일부 캐피털사는 1~3등급의 고(高)신용자에게도 19~20%의 금리를 받고 있다. 4~5등급은 25~27%, 7~10등급은 28~29%의 금리를 받는다. 4등급과 10등급 고객 간의 대출금리 차이가 2%포인트에 불과하다.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금리를 '6~24%'라고 홍보하며 10% 이내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지만 10% 미만 금리가 적용되는 고객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카드사의 대출금리 수준은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4.46%·신규 취급액 기준), 신협 등 상호금융사(5.19%)는 말할 것도 없고, 저축은행 평균 금리(23.4%)보다 높다.
주요 8개 카드사는 저금리로 자금 조달 비용이 떨어진 덕분에 지난해 2조16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보다 27.6% 증가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무차별 고금리 대출로 번 돈으로 매년 수천억원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특히 최우량 고객을 선점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예컨대, 연회비 20만~200만원 이상 VIP 고객들은 호텔 숙박권,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받는 등의 방법으로 매년 내는 연회비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조달금리가 낮은 금융지주·대기업 계열사인 카드·캐피털사들의 금리가 대부업체급이라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며 "기준금리가 내려간 만큼 대출금리를 대폭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