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불문' 오디션 공채하는 호텔롯데 시험장 가보니

    입력 : 2015.06.17 09:42

    한 호텔롯데 조리직군 지원자가 완성한 요리를 제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스펙 없이 신입사원을 뽑는 '스펙태클(Spec-Tackle) 오디션'을 진행했다. 스펙태클 오디션은 자격증은 물론이고 외국어 시험 점수 등이 필요없이 오로지 오디션 형식으로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것을 말한다.


    호텔롯데는 스펙테클 채용 방법으로 현장에서 주제를 받아 즉석에서 조리하는 '요리 오디션'을 선택했다. 16일 호텔롯데 조리직군 요리 오디션이 진행된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2층 주방은 구직자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호텔롯데 면접에 참가한 지원자는 총 9명. 20대 초반에서 중반쯤 돼 보이는 앳된 얼굴들이었다. 지원자들이 받아 든 과제는 '훈제연어를 이용한 전채요리', '가자미를 이용한 메인 생선요리', '양갈비를 이용한 메인 육류요리' 총 3가지였다. 지원자들은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되는 10시까지 이용할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구상했다.


    이날 롯데호텔에 지원면접에 참가한 조민수(23)씨는 "롯데호텔은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 중 세 손가락에 꼽는 곳"이라며 "롯데호텔에서 경력을 보지 않고 요리사를 뽑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병우 호텔롯데 총주방장(왼쪽)이 지원자의 요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심사를 책임진 사람은 이병우 호텔롯데 총주방장, 여경욱 중식 담당 상무, 김송기 조리팀장, 남대현 연회담당 차장 등 4명이다. 이병우 총주방장은 2001년부터 15년째 롯데호텔서울 총주방장을 맡고 있다.


    이병우 총주방장은 "기존 공채 시험의 틀을 바꿔 학력, 토익, 해외경험 없이 요리사가 되려는 동기와 열정을 보고 지원자들을 선발했다"며 "재료 준비, 도구 정리, 개인위생, 맛, 창의성, 요리의 모양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해 합격자를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우 총주방장이 주의사항을 설명한 뒤 요리 시작을 알리자 참가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9명의 지원자 중 호텔롯데 섹션 셰프로 입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2명.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10시20분 무렵 1번 참가자가 가장 먼저 에피타이저를 완성했다. 1번 참가자가 내놓은 요리는 '홀스래디쉬 크림이 들어간 훈제연어 롤과 양파절임'. 1번 참가자가 여유있게 요리를 완성하자 다른 참가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복잡한 조리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인지 참가자들은 무난히 시간에 맞춰 요리를 내놨다.


    심사위원들이 지원자의 요리를 채점하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경력을 일체 보지 않고 서류전형을 통과한 만큼 지원자들의 실력에 편차가 꽤 있다"며 "그렇지만 3시간에 걸쳐 오디션을 보는 만큼 실력 있는 지원자가 걸러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과제는 도버솔(가자미의 일종)을 이용한 메인 생선요리. 참가자들은 바쁘게 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채요리를 준비했던 전 과제와 달리 먹음직스러운 요리 냄새가 주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시간 내에 여유롭게 완성할 수 있었던 전채요리와 달리, 생선요리는 다들 시간이 모자라 보였다. 참가자들은 아슬아슬하게 완성된 요리를 제출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각 과제가 끝날때마다 지원자들의 요리를 평가했다. 요리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평가하는 것은 맛과 모양.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것이 이병우 총주방장의 설명이다. 심사위원들은 요리의 모양새를 꼼꼼히 살핀 뒤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이날 면접에 참가한 박형진(25)씨는 "처음에는 자신감 있게 주방에 들어왔지만, 너무 긴장을 했는지 정신이 없었다"며 "원래 한식을 전공했는데, 요리 과제가 양식에 가깝게 나오는 바람에 실력발휘를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