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한국 기업, 5G 표준 채택 주도해야 중국에 안 밀린다"

    입력 : 2015.06.19 09:58

    데이비드 마이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자문이 16일 한국IT기자클럽이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주최한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남희 기자


    "한국 기업들은 전 세계가 계속 4G(4세대), 5G(5세대) 같은 첨단 통신망을 구축해야 현재의 우위를 지킬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이 첨단 통신망 구축을 멈춘다면, 기업의 혁신 속도가 떨어지고 더 많은 중국 기업이 (한국을) 따라잡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경영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데이비드 마이클(David C. Michael) 수석자문은 16일 한국IT기자클럽이 주최한 모임에서 "삼성이나 LG 등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전 세계에 속도가 빠른 최신 통신망이 더 많이 설치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이클 수석자문은 1992년 BCG 중국 상하이 지사에 합류한 후 중화권 총괄이사를 맡는 등 중국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IT(정보기술), 미디어, 통신 산업이 그의 전문 분야다. 그는 2004~2009년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에서 전략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마이클 수석자문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BCG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어젠다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혁신적인 한국 기업들의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모바일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등 중국 회사들의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수석자문은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한국 기업들이 차세대 통신망의 국제 표준 채택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국제기구 등에 대한 로비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산업협회 등과 협력해 첨단 이동통신망이 소비자와 사회에 가져다주는 혜택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고 5G 표준 채택 과정을 주도해 중국의 방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차세대 통신망 도입 속도를 늦춰 아직 뒤처진 기술을 가진 중국 회사들이 해외 선두 기업들을 따라잡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전략"이라며 "한국 회사들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혁신을 이루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국이 따라잡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10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전파부문(ITU-R) 이동통신작업반(WP5D) 회의에서 5G 이동통신의 명칭을 IMT-2020로 정하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5G 이동통신은 이르면 오는 2020년 상용화 될 전망이다.


    마이클 수석자문은 모바일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모바일 발전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크기 때문에 규제당국이 앞장서서 통신사업자가 계속 첨단 통신망을 짓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가령, 통신사업자가 4G 통신망을 구축하면 10~15%의 투자수익률을 내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마이클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자문이 16일 한국IT기자클럽이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주최한 모임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남희 기자


    BCG는 모바일 기술 혁신에 따라 2014년 전 세계 모바일 관련 매출이 3조3000억달러(약 3680조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11%로, 조사 대상 6개국(미국, 독일, 한국, 브라질, 중국, 인도) 중 가장 높았다. 중국과 인도는 GDP 중 모바일 비중이 각각 3.7%, 2.2%에 그쳤다.


    마이클 수석자문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후 사람들은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 경제 성장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며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이 모바일 분야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BCG의 조사 자료를 인용, 2009~2013년 모바일 기업들의 연구개발(R&D)과 인프라(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1조8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3G와 4G로 연결되는 기기 수는 2013년 30억개에서 2020년에는 80억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그는 "한국이 어떻게 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수석자문은 모바일 기술 진보로 대만 반도체 회사 TSMC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은 우버(콜택시 앱)처럼 미래의 '킬러 앱'들도 모바일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