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IT' 인터넷은행 합종연횡 예고...실효성 논란은 여전

    입력 : 2015.06.19 13:24

    금융위, 은행+IT기업 연합 유도…은행권, IT기업 손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 벌일듯
    일각에선 "인터넷은행 도입 효과 크지 않다" 지적…국회 법 통과도 난항 예상


    정부가 시중은행 단독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금융사와 IT업체간 합종연횡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 등 시중은행, KT 다음카카오 등 IT업체, 새마을금고 교직원공제회 일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사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은 "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기본적인 도입 취지를 감안할 때 소망스럽지 않다"며 "은행이 ICT 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ICT기업과 제2금융권의 은행업 진출을 촉진해 은행권의 경쟁 강도를 높이고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이미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잘 돼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대주주의 사금고화나 대기업집단의 우회 진출을 염려해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실제 야당은 은산 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회의 은행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위는 1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보유지분 한도를 현행 4%에서 50%로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삼성 현대차 등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업무 범위는 일반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했으며 최저자본금은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낮췄다. 금융권에서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수준의 규제완화 방안이 나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 "은행 단독 인터넷은행 부정적"…IT기업 몸값 뛸듯


    금융위는 올해내 인터넷전문은행 1~2곳의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3년만에 신규 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금융위는 6~7월중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본인가는 2016년 상반기중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은행권은 내심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가 예상보다 커진데다 은행 단독 설립에 대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 IT기업과 손잡고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해야 하는데 실제로 진행된 것이 많이 없어 걱정된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범위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와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장 파트너 물색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이 있는 ICT기업은 KT와 다음카카오 정도다. 네이버나 SK텔레콤 등은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금융사 단독 설립에 부정적 의사를 밝힌 만큼 당장 IT기업의 몸값은 큰 폭으로 뛸 전망이다.


    시중은행 외에도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공제회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도규상 국장은 "수요조사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ICT(정보통신테크놀로지) 기업을 포함해 적지 않은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제2금융권이나 해외자본도 동일 선상에 놓고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산업 활기 띌 것" vs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계기로 우리나라 핀테크산업이 활기를 띌 것이라고 기대한다. 무엇보다 연 10% 안팎의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리나라에선 중금리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저신용자들은 30%를 넘는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의 해외 진출 모델로 활용할 수도 있다.


    도규상 국장은 "해외를 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존에는 대출이 되지 않았던 금융소비자를 끌어들였던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한국에서도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ICT기업과 금융회사가 협업하면 간편결제나 결제포인트 적립 등에 있어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박 논리도 나온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핀테크기업의 성공 사례를 보면 기존 금융회사가 서비스하지 못했던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예적금이나 대출 등은 당연히 기존 금융회사가 가장 잘 하는 영역이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존 은행 서비스와 중복되는 영역이 많아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이 때문에 사업 인가를 낼 때 '사업의 혁신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국장은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애초부터 막아놓으면 세상은 발전하지 못한다"면서 "기존 금융회사가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회 통과 난항예고…금융위 "잘 설득하겠다"


    금융위는 "국회를 잘 설득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야당에선 은행 사금고화 우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야당은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어뜨리면서 추진되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반대한다"며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넘어와도 야당은 심사 자체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50%로 제시한 은산분리 완화폭이나 업무범위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기존 사례를 보면 금융위안이 어느 정도 후퇴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새 조류로 떠오른 핀테크 활성화와 규제의 틀 내에서 안주해온 은행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선 파격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대주주의 은행 사금고화 방지 장치가 강화된 만큼 다양하고 창의적인 금융사업자가 출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가 발목잡기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로 제한된다. 또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은 은행이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대주주가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에는 다른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삼성 현대차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현행 4%로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