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엘리엇] 문답으로 정리한 핵심쟁점 분석 ⑨~⑫

    입력 : 2015.06.22 09:54

    ⑨삼성이 투자자 유혹할 '당근'은 무엇?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이 투자자들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실리를 제공할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이 기관투자자들에게 거버넌스 위원회(주주권익 보호 위원회) 설치, 배당 상향 조정 등 주주 친화 정책을 제시하며 찬성표를 모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주주들에게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계기로 바이오산업 등에 진출해 매출과 수익성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윤용암 삼성증권 (56,800원▼ 100 -0.18%)사장은 이와 관련해 "(엘리엇과 기관투자자들의) 목표가 각자 다른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무엇이 더 나은 방안인지 (주주 총회에서) 각자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할 있는 카드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투자자들과 지배구조 개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주가를 빠르게 높이고 수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연기금(APG)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삼성물산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어 합병에 반대한다"면서도 "엘리엇과 연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두 회사가 합병해 출범하는 새 삼성물산이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상설조직으로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 11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한 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타협안으로 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보다 일찍 행동주의 펀드가 상륙한 일본의 경우에도 산업용 정밀기계 업체 화낙이 지난 3월 '주주관계(SR·shareholder relationship)부'를 설치했다.


    두 번째는 배당 성향 확대다.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28.0%까지 늘었지만, 배당금 총액은 730억원에 불과하다. 한 국내 투자자문사 대표는 "삼성그룹이 배당 성향을 높이거나 매년 정기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의 주주 친화 정책을 제시한다면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호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라고 전했다. 새 삼성물산에 오너 일가 지분이 30.4%에 달하는 상황이라 삼성에게도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⑩엘리엇, 2차 공격에 필요한 우호 지분 모을 수 있을까


    엘리엇 외 다른 외국인 지분은 기관투자자들이 골고루 나눠 낮고 있다.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은 일단 17일 삼성물산 (64,800원▲ 200 0.31%)주총에서 엘리엇이 결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 우호 지분을 확보했느냐에 결정이 난다. 주주총회에서 합병 계획이 승인되면, 삼성은 한숨 돌리는 반면, 엘리엇은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장기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합병 결의안이 부결되면 삼성은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큰 타격을 입고 엘리엇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타협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합병 등 특별결의 안건은 주총 출석 주주 3 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최근 3년 동안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 주주 참석률은 60% 안팎이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 양 측이 '위임장 경쟁'을 벌이면서 주주 참석률이 10%P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주주 참석률을 70%로 가정하면, 엘리엇이 전체 주식의 23.3%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엘리엇 보유 지분(7.12%)을 차감하면 16.18% 정도다. 거꾸로 삼성은 엘리엇이 이 정도 지분을 모으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주주명부가 폐쇄된 11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33.61%다. 엘리엇을 제외하면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다수다. 가장 많은 것은 뱅가드(2.15%), 블랙록(2.04%), 디멘셔널(1.41%) 등 시가총액에 비례해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다. 이를 제외하면 외국인들은 1%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 사례처럼 외국계 투자자들이 연계해 반대 목소리를 낼 경우 만만치 않은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10~11%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주인이 확인된 지분은 총 2.45% 정도. 2.9%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투자신탁운용, 1.39%를 가진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0.5% 이하 지분만 갖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합병 지지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분 10.15%를 보유한 주요 주주 국민연금은 주총 직전 합병 찬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1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성신약도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⑪ ISS가 뭐길래, 삼성과 엘리엇이 공을 들이나



    삼성과 엘리엇은 외국인들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투자자문 회사 ISS(기관투자자 서비스·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상대로 한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인 IS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 기관투자자들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지 조언한다.


    외국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ISS의 보고서에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를 참고해 찬반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 없는 의결권 자문 전문 기관이 정한 입장이기 때문에 설득력도 높다. ISS가 합병 반대 입장으로 보고서를 낼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의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ISS 보고서는 7월초 발간될 예정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조만간 고위급 인사가 ISS 본사를 방문해 실무진을 직접 설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엘리엇도 자사 입장을 정리한 보고서를 ISS에 제출하는 등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다.


    ⑫ 향후 전개 방향은


    먼저 7월 1일 서울중앙지법은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의결 금지와 자사주 매각 중단 가처분 소송 판결을 내린다. 삼성 측이 이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법조계의 관측이다. 이번 합병 결정이 자본시장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각도 금지할 뚜렷할 법적 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때문에 엘리엇의 소송을 '여론전용(用)'이라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이 때문에 17일 주총에서 위임장 대결이 펼쳐지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엘리엇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합병 비율을 높이거나, 혹은 엘리엇 측 이사를 선임하는 등의 타협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합병 비율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의결을 취소하고 향후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 데 삼성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는 것이다. 합병 후 출범하는 새 삼성물산에서 3%에 못미치는 지분을 갖게 되는 엘리엇 측 인사를 이사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


    엘리엇도 주총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라는 의견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엘리엇 입장에서 표결에 지더라도 어느 정도 지지를 받았는지 공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합병 후 지속적인 경영 개입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더욱 세 과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면 대결 이외에 양 측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삼성이 주총에서 이길 경우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너 측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약한 고리"라며 "삼성 측의 대응 능력이 증명되면 다른 행동주의펀드들이 개입하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지더라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리란 관측이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와 소버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 개입을 목적으로 외국인이 들어올 경우 2~3년 정도 투자기간은 염두해둔다"며 "주총에서 패한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이미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넥서스는 19일 가처분 심리 공판에서 "주주총회 결의 무효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며 주총에서 삼성이 이길 경우 별도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