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23 09:25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을 취소할 필요는 없지만 가급적 한국 의료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CDC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정확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한 이후 국제사회의 메르스 대응 지침을 보완할 방침이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CDC 감염병 전문가 등 7명이 이날부터 10일간 방한해 질병관리본부, 민간전문가 등과 공동 연구협력을 펼친다.
CDC는 지난 201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메르스가 나타났을 때부터 증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발생 상황을 안내하고 지침을 제시해왔다. 지난달 처음 보고된 한국의 메르스 발생 상황도 추가됐으며, 조사결과에 따른 지침도 매주 개정되고 있다.
이달 17일 CDC는 메르스 의심환자의 범위를 환자와의 2m이내 접촉자, 중동이나 한국 방문 이후 14일 이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사람 외에도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고 한국 의료시설에 방문하거나 한국 의료시설 종사자와 접촉한 사람도 넣었다.
CDC 지침에 따르면 미국 등 다른 나라는 한국 방문이나 여행, 출장 계획을 취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병원 이용이나 환자 접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CDC는 "메르스는 전파력이 낮아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게 옮기지 않는다"며 "한국 여행 계획을 취소할 필요는 없지만, 병원 이용을 자제하고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와 접촉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CDC는 100만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에서도 병원 종사자나 환자를 돌보는 사람은 가급적 마스크를 쓸 것을 제안했다. 메르스가 주로 병원에서 감염이 확산된 이유는 적절한 감염관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CDC는 "환자가 사용했던 문 손잡이나 화장실 스위치, 컵 등을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한다"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구역의 가구나 장비를 섣불리 이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침에는 환자가 입원한 음압격리시설은 시간당 12번의 공기정화필터(헤파필터)로 공기를 순환시켜야 하며, 환자를 치료한 다음에는 환자의 동선에 따라 바이러스 멸균 작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CDC는 메르스의 국가간 이동을 막기 위해 공항에서 방역 차단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파력은 낮지만 방문객으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공항을 통해 서울에서 온 승객의 체온을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열이 나는 승객은 비행기나 공항에서 분리된다.
이에 대해 피터 다스작 미국 콜롬비아의대 감염병면역학센터 박사는 "메르스는 전파력이 낮지만 1명의 감염자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수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며 "비행기에서 환자가 발생할 수 있어 열을 감지하거나 이상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글래터 레녹스힐병원 응급의학과 박사는 "메르스 환자를 집에서 돌볼 때도 마스크를 쓰고 위생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써도 전파되는 사례가 있는 등 아직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은 CDC의 철저한 방역대책과 사전대비로 지난해 2월과 4월 인디애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 1건씩 발생한 메르스의 추가 확산을 막았다. 이번 한국 방문도 메르스에 대한 대응지침을 보완하기 위해 CDC 차원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CDC의 리사 로츠 박사는 "외국인들은 한국 방문을 취소할 필요는 없지만 의료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손을 자주 깨끗이 씻어야 한다"며 "전염병 위험이 낮다고 해서 위험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닌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