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 펀드수익 내는 '30代 勇과장님'들

    입력 : 2015.06.24 09:40

    [금융 인사이드] 심장이 쿵쾅대는 눈부신 수익… '심쿵 펀드'의 주역


    상반기 상위 수익률 10개, 대부분 30代 펀드매니저
    전통 산업에 투자않고 헬스케어 등 강소기업 택해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해외 펀드의 높은 수익률을 바라보면서 '펀드 투자로 돈 벌기 힘들다'고 불평한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8%대이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14%에 달하기 때문에 이런 불평이 일리는 있다. 하지만 국내 펀드 시장에도 펀드 매니저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높은 수익을 올리는 펀드들이 있다.


    본지는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22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 614개 중에서 올해 수익률이 높은 펀드 10개를 뽑아 보았다. 그 결과 올해 수익률 1위와 2위에는 헬스케어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상위 7개 펀드의 매니저들은 모조리 30대였고, 설정액이 1000억원 미만으로 몸이 가벼운 펀드가 10개 중 9개에 달했다.


    수익률 1위 펀드인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는 올 수익률이 60%가 넘었으며, 현재 펀드에 가입 중인 사람 중에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업계에선 이런 펀드를 두고 '심쿵(심장이 쿵쾅거린다는 의미) 펀드'라고 부른다. 도대체 이 펀드들은 어떻게 돈을 굴리길래 '심쿵 펀드'가 됐을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그 비결을 알아봤다.


    ◇시대 변화에 착안한 선구안


    심쿵 펀드는 기존에 있던 전통 펀드들과는 운용 철학부터 다르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전통적인 산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바라보지 않고,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에 주목한다.



    수익률 1위 펀드를 운용하는 박택영 미래에셋운용 매니저는 헬스케어 시장에 답이 있다고 내다봤다. 헬스케어는 국내외 의료 기기와 제약, 바이오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하며 좀더 넓은 의미에서는 건강 증진과 관련 있는 음식료나 식품·화장품 분야까지 아우른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 유동성이 많이 풀려 있고, 그 유동성이 저성장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자산군으로 몰려가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과거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산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수익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매니저는 인구 고령화와 신흥 시장 소비 확대와 맞물린 헬스케어 시장은 향후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가격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점쳤다.


    상위권 심쿵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라고 해도 헬스케어를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김서영 한화자산운용 매니저는 "최근 성과는 헬스케어 업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비중을 확대한 결과"라고 말했다.


    ◇30대 '용과장' 전성시대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상위 1~7위 펀드는 전부 30대 펀드 매니저가 담당하고 있었다. 김용태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올해 국내 펀드는 산전수전 다 겪은 40·50대 고참들보다는 아직 경험은 많지 않지만 용감한 30대 펀드 매니저들이 눈부신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이 최근 달라진 시장 상황을 잘 꿰뚫어보고, 발 빠르게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하윤 마이다스에셋운용 매니저는 기업 탐방보다는 시장 탐방으로 종목을 발굴해 내기로 유명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명동이나 강남에 나가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30대들은 '이거다' 싶으면 덥석 물고 종목들을 과감히 사들이는 과감성도 갖고 있다.


    이 매니저들의 직급이 대부분 과장·차장급이어서 '용감한 과장급 매니저'란 의미에서 '용과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라자드코리아운용의 동일권 매니저는 10개 펀드 매니저 중에 최고령이었지만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현대차 등과 같은 대형주는 편입하지 않고, 철강·정유·화학·석유와 같은 업종도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