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25 09:04
[실적 부진에 콧대 꺾인 명품들]
샤넬·구찌·버버리·펜디 등 백화점서 '최대 반값' 할인
스와로브스키도 첫 세일
일부선 2개사면 더 깎아줘
24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1층. 구찌·펜디·디올·페라가모·프라다 등 명품(名品) 매장에는 손님보다 직원 수가 더 많았다. '30~40% 가격 인하' '2개 상품 구매시 10% 추가 할인'이 적힌 표지판과 보안 요원이 눈에 띄었다. 매장 관계자는 "명품 사려고 줄 선다는 건 옛날 얘기"라며 "이제는 '반값 할인' 같은 걸 내걸어야 손님이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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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 백화점의 이탈리아 명품 페라가모 매장 앞에 가격을 30% 인하해 판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세일은 하지 않는다'며 콧대가 높았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하해 팔고 있다. 실적 부진을 견디다 못해 고정 가격 정책을 포기하고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15년 'No 세일'이던 스와로브스키 세일 돌입
'노 세일 브랜드'(no sale brand·할인을 해주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한 샤넬은 올 3월 핸드백 일부 제품 가격을 20% 내렸다. 1991년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줄곧 올려온 가격을 처음으로 인하한 것이다. 명품 보석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도 이달 26일부터 400여 제품에 대해 '30% 세일'을 시작한다. 역시 국내 판매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5월 말부터 시즌오프(그해에 나온 새 상품을 다른 상품이 나오기 전에 싸게 파는 것)에 돌입한 명품 브랜드들은 할인율을 높이는 추세이다. 구찌는 지난달 29일부터 가방과 신발·지갑 등을 최대 50%씩 할인해 팔고 있다. 지난해 할인율 20~30%보다 2배 가까이 높다. 버버리도 지난해 최대 40%이던 시즌오프 할인율을 올해는 50%로 높였다.
펜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30% 할인이었지만 올해는 7월 7일까지 시즌오프 제품을 30~40%까지 할인해주겠다는 표지판을 매장마다 내걸었다.
코치는 '덤'까지 준다. 매장 앞에 '2개 상품 구매시 10% 추가 할인'이라고 써 붙였다. 6월 19일부터 6월 28일까지 30~50% 할인 행사를 펼치는데 2개를 사면 추가로 10%를 더 깎아준다는 것이다.
◇명품 기업들 세계적으로 판매 부진
명품 업체의 가격 인하 바람은 실적 부진과 관련이 깊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11년 32.3%였던 명품 브랜드 매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2.4%로 줄었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산업협회가 낸 '명품 글로벌 마켓 동향 보고서 2014'를 보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도 지난해 281조원으로 전년 대비 2.8% 성장에 그쳤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