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기술·인력 세계적 수준... 인도네시아 국민폰으로 키울 것"

    입력 : 2015.06.25 09:42

    팬택 인수 추진 중인 변양균 옵티스 회장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 등 고위관료를 지내고 '기업인'으로 변신한 변양균(卞良均·66) 옵티스 회장은 24일 "팬택을 2억5000만 인구의 거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국민폰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스는 팬택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중견 제조기업으로, 변양균씨를 최근 회장으로 영입했다.


    2007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변 회장은 작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의 IPTV(인터넷TV) 사업권 획득을 현지 파트너와 함께 추진해온 것. 변 회장은 "30년간 국가 정책을 기획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의 통신정책, 기술·자금 등 IPTV 산업 전략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IPTV 사업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있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인수를 추진 중인 옵티스의 회장으로 취임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인터뷰에서 "팬택을 인도네시아의 국민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옵티스 이주형 사장과도 인도네시아 IPTV 사업 추진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고, 이 사장의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회사에 합류했다고 한다. 변 회장은 "팬택이 우리나라에선 3등이지만 기술과 인력 수준을 보면 세계적 기업인데 두 번이나 망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 큰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옵티스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팬택의 단말기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과 관련해서는 현재 인도네시아 국영통신사인 텔콤, 1위 홈쇼핑업체인 레젤홈쇼핑 등과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 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열망이 크지만 첨단 기술역량은 부족한 상태"라며 "인도네시아 장·차관급 관료들도 최근 방한(訪韓)해 옵티스와 팬택을 모두 둘러본 상태"라고 했다.


    변 회장은 "단순히 인도네시아에서 제품을 팔고 현지의 저가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 경영방식이 한꺼번에 진출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옵티스의 휴대용 소형 프로젝터 '피코'와 팬택 스마트폰, 인도네시아 IPTV 사업권 등과 결합해 'TV폰'을 출시하는 등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정부 고위관료 생활을 오래 했던 그가 생경한 땅인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결심한 것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癌) 때문이었다. 그는 2007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3년여간 국정경험과 경제정책 철학을 담는 집필 활동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이듬해에는 설상가상 격으로 췌장암 판정까지 받았다. 장기 일부까지 절제했지만 결국 오진(誤診)이었고 수술 후유증으로 1년여간을 고생하기도 했다. 변 회장은 "두 번의 암 판정을 받고 잠시 죽음까지 결심했던 상황을 겪으면서 인생 후반부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정치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몇 번 자문한 것 때문에 오해가 있지만 지금껏 정치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변 회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업"이라면서 "30년간 국가정책을 기획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큰 시야에서 기업의 전략을 세우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