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비과세... 중산층·서민 위한 '만능 통장' 나온다

    입력 : 2015.06.26 13:33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파격 節稅상품 도입,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도


    예금·펀드·채권 등 한 통장에 어떤 상품이든 수익 비과세
    일정 소득 이하로 가입 제한, 재형저축보단 대상·한도 확대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맞게 6년 만에 비과세 해외펀드 부활


    평생 비과세 자산관리계좌, 6년 만에 부활한 비과세 해외 투자 펀드, 억울한 세금 없앤 펀드….


    멸종 위기에 처했던 절세형 금융상품이 신규 출시되면서 앞으로 재테크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 등 절세형 금융상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절세형 상품을 없애거나 혜택을 줄여왔는데, 이번에는 서민·중산층의 노후 설계 지원 차원에서 파격적인 제도를 내놓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정부가 투자업계의 기대를 뛰어넘는 비과세 혜택을 내놔 깜짝 놀랐다"면서 "향후 국회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축·투자 원스톱 관리하는 한국판 ISA


    정부가 내년 초부터 도입키로 한 ISA는 예·적금, 펀드,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곳에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바구니 계좌'다. 연간 한도 범위 내에서 투자금을 ISA에 넣으면 자유롭게 상품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고, 수익이 나면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다. 지금은 시중에 비과세 상품이 거의 없는 데다, 펀드·보험·예금 등 여러 상품군으로 흩어져 있어 관리하기가 번거로웠다. 하지만 ISA는 계좌에서 어떤 금융상품에 가입했든 수익은 전부 비과세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활용도가 높아진다. 증시 전망에 따라 투자금을 펀드에 넣었다가, 다시 예·적금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ISA에 넣을 수 있는 투자금 한도는 가입자마다 탄력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ISA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ISA는 16세 이상이 투자하면 연간 1만5000파운드(약 26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일본 NISA는 20세 이상에게 연 100만엔(900여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일본은 지난해 1월 NISA를 처음 출시했는데, 인기가 높아 지난 3월 말 잔액이 4조4109억엔으로 전년 말 대비 48% 급증했다.


    ISA는 올 연말에 없어질 예정인 절세 금융상품인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 등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ISA가 부자들의 자산 증식 수단이 되기보다는 중산층과 서민의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일정 소득 이하로 가입 조건을 제한하고, 투자 한도도 설정할 계획이다.


    다만 가입 조건이 엄격해서 외면받았던 재형저축·소장펀드의 사례를 감안해, 이들 상품보다는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투자 한도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재형저축의 경우, 근로소득자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사업자는 35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연간 1200만원(분기당 300만원)까지 세금이 면제된다.


    ◇6년 만에 '제2 해외 펀드 붐' 일 듯


    통상 국내 주식형 펀드는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되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는 15.4%의 세율로 원천징수된다. 예컨대 해외 주식형 펀드에 100만원을 가입해 10%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수익 10만원에서 세금(1만5400원) 등을 뺀 나머지만 투자자가 돌려받는다. 여기에다 해외 펀드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잡히기 때문에 1년에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고소득자의 경우 최고 41.8%까지 세금으로 떼일 수 있어 여러모로 불리했다.


    이에 정부는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가칭)'를 한시적으로 도입해 해외주식 매매·평가차익과 환차익에 대한 세금을 없애준다는 계획이다.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되는 날로부터 1년간 설정된 펀드가 사고 파는 해외 주식의 수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38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경상수지가 원화 강세를 부추겨 수출기업에 부담이 되는 만큼, 돈줄기를 해외로 돌려 환율 상승을 꾀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다만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는 개인별 가입 한도를 설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해외 펀드에 대해 1차 비과세 혜택을 주었던 적이 있다. 그러자 2006년 2600여억원에 불과하던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32조원(2008년 기준)까지 폭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작년 15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저금리·저성장인 국내에서 해외 주식 펀드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손해가 나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펀드 과세 체계도 손볼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이자나 배당소득은 실제 투자자가 돈을 손에 쥘 때 세금을 뗀다. 하지만 펀드는 손익이 확정되는 환매 시점이 아니라 매년 결산해 과세한다. 이익이 났을 땐 세금을 떼지만 나중에 손해가 나서 원금 손실이 있더라도 냈던 세금은 되돌려주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손실이 난 펀드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도록 환매 시점에서 일괄 과세하는 등 펀드 과세 체계를 손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