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30 17:35
생산 투자, 3개월연속 감소…2008년 12월 이후 처음
"경기 부양책 내놓기 전에 구조개혁부터 해야"
우리나라의 산업 생산, 설비 투자가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 연속 전월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 회복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6월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경기가 더 나빠졌을 가능성이 크고 최근에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라는 악재가 겹쳐 하반기까지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0일 "일시적이라고 말하기에는 경기가 당초 예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안 좋다"며 "경기에 대한 인식을 바꿔 우리 경제 상황이 암울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메르스까지 겹쳐 더블딥 우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 산업 생산은 3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산업 생산이 전월대비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생산이 줄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4%로 0.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달렸던 2009년 5월과 같은 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1월 주춤했던 생산(전 산업생산 전월대비 2% 하락)은 2월에 2.5% 성장하면서 잠깐 반등했다. 그러나 이후 3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회복세가 멈췄거나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들의 경제 심리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66으로 전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현재 경기 수준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월에 0.5포인트 떨어졌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 회복세가 작년 세월호 때 멈추고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수출 악화에 메르스까지 겹치면서 더블딥(이중 침체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SK경제연구실 실장은 "메르스 영향까지 반영되면 다음달부터는 더 안 좋은 지표들이 나올 것 같다"며 "작년 여름부터 시작한 회복세가 제대로 회복도 안 되고 하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 "추경, 근본대책은 아냐…도려낼 부분 도려내야"
정부는 올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경이 경기 회복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시장을 개혁해 생산성을 높이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추경이 단기적으로 경기를 반등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대책은 아니다"며 "정부가 올해 성장률에 연연하지 말고 이 기회에 도려낼 부분은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중요하지 않고 일반 국민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야 구조개혁도 할 수 있다"며 "구조개혁의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을 먼저 내놓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실장은 추경이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재정 건전성에 여력이 있으니 활용은 해야겠지만 지금은 미래를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구조개혁은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유일한 경제대책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메르스 영향, 그리스 사태 등으로 경기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추경이 더해지면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추경 등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관광산업 활성화 대책 등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