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02 09:27
그동안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만 진출해왔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처음으로 '탈(脫)아시아'에 나선다. '짝퉁 애플' 오명을 쓴 샤오미는 그간 특허 침해 문제 때문에 해외 시장 확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해 진출한 인도에서는 판매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특허 소송이 흔한 미국이나 유럽 선진 시장 진출에는 더욱 소극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샤오미는 중저가 제품군인 '레드미(Redmi)2'를 브라질 시장에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레드미2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 출시해 이미 많은 인기를 끈 제품이다. 800만화소 카메라와 고화질 비디오 녹화를 지원하고,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410을 채택했다. 7월 7일부터 판매를 시작하며, 가격은 160달러(약 17만9000원)대이다.
샤오미는 판매 뿐만 아니라 생산도 브라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위탁생산을 할 폭스콘이 브라질에서 완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올해 6380만대 규모로 예상되는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은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게 책정한다. 세금을 줄이려면 브라질에서 생산한 부품을 채택하거나 브라질에서 조립을 해야한다. 샤오미가 인건비와 부품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브라질에서 생산을 하는 배경인 셈이다.
휴고 바라 샤오미 글로벌 부문 부사장은 "이런 변화는 샤오미에게 중대한 사안이다"며 "그동안 이렇게 복잡한 공급망을 구축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바라 부사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샤오미의 브라질 진출은 삼성전자 (1,295,000원▲ 27,000 2.13%)를 비롯한 애플 등 제조사의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캐럴리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브라질 스마트폰 시장에서 30% 이상을 점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은 높은 관세, 물류비, 노동비용으로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650달러에 팔리는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의 브라질 판매가는 1130달러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6도 32GB 제품 기준 브라질 공식 홈페이지에서 3300헤알(약 119만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684달러대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반면 샤오미는 온라인에서만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비를 아끼고, 제품 홍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만을 이용해 마케팅비를 절감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레이날도 사키스 연구원은 "브라질의 국민 소득이 미국보다 현저하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스마트폰 가격은 두배 가까이 비쌌다"며 "샤오미의 낮은 가격은 브라질 소비자를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며, 경쟁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가격대에서 경쟁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샤오미가 중국에 익숙치 않은 브라질 소비자들을 파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키스는 "브라질 소비자들이 그간 온라인 구매보다는 매장에서 직접 사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샤오미가 예상보다 많은 돈을 쓰게 될 수도 있다"며 "샤오미라는 브랜드명도 브라질 국민들에게 발음하기 매우 어려운 단어다"고 말했다.
바라 부사장은 여러 제약에도 브라질 시장에서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샤오미의 브라질 홍보 페이스북 페이지가 3만3000개의 '좋아요'를 이끌어는데 성공했다"며 "큰 성공을 거뒀던 인도 시장과 마찬가지로 입소문 효과가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