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한여름 희망퇴직...정년연장 앞두고 연중무휴 감원바람

    입력 : 2015.07.08 09:58

    올 여름 금융권에 때아닌 희망퇴직 감원바람이 불고 있다. 보통 희망퇴직은 정기인사 시즌인 연말·연초에 진행돼 왔지만 내년 정년 연장(58세→60세)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대상 등 고연령층에 대한 금융권의 감원이 올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금융권의 고질적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사진)은 만 55세 이상 연령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희망퇴직 규모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신입행원 채용 규모가 지난해 2배 수준인 400명으로 늘어난 만큼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소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00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만 55세가 되면 임금피크제 또는 희망퇴직을 선택하게 하는 구조다. 임금피크제를 택하면 임금은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년도 대비 5년간 90%, 60%, 40%, 40%, 30% 수준으로 낮아진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은 지난달 희망퇴직을 통해 86명을 감원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대신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들이 있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의 희망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7월 한달간 희망퇴직을 받는다. 전체 인력 500여명중 5년차 이상 직원이 대상이다. 희망퇴직 직원에게는 퇴직금과 함께 18개월치의 임금이 위로금으로 지급된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현대라이프 전신인 녹십자생명 때 신입사원 채용이 적어 고직급자가 많은 역피라미드 조직 구조가 됐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 개선과 신규 채용을 명목으로 고연령층 직원들을 내모는 것은 숙련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사장시키겠단 것"이라며 "각 금융기관은 각 세대별로 필요한 일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올들어 금융권 희망퇴직 규모는 2300명 수준에 달한다.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270여명), 신한은행(310여명), 우리은행(250여명), 국민은행(1100여명)이 희망퇴직을 완료했다. 지난해 20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보험업권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400명이 넘는 희망퇴직을 받는 등 감원 바람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