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中증시... 고민 깊은 '차이나 펀드'

    입력 : 2015.07.09 09:26

    [어제 상하이지수 5.9% 폭락… 상장사 절반, 거래 정지 신청]


    상하이지수 한달새 30% 급락… 中펀드 한달 평균 수익률 -20%
    ETF는 40% 넘게 손실 내기도


    中증시 버블 전인 3500선 추락
    펀드 가입 1년 넘은 투자자들, 차익 챙기고 환매 나서기도


    중국 증시가 또다시 폭락했다. 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219.94포인트(5.9%) 폭락하며 3507.19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가 5% 이상 폭락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벌써 다섯 번째다. 그만큼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인 상황이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주식시장 폭락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개장하자마자 그래프가 수직 낙하했다. 또 투매를 피하기 위해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0여개 기업 중 절반인 1400개 기업이 스스로 거래정지를 신청했는데도 폭락을 막지 못했다. 만일 거래정지가 없었다면 상하이지수는 8%가량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증시의 충격은 중국 내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원자재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구리값은 장중 한때 6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CNN머니는 "중국 증시 부진이 단지 투기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경제 내부의 문제 때문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원자재에도 대거 매도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8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노인이 고개를 숙인 채 주식거래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5.9% 급락했다. 주가가 또 폭락세를 보이자 중국 인민은행이 증권사들에 2600억 위안(약 47조5228억원)의 신용한도를 제공하는 등 긴급 부양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폭락을 막지는 못했다. /AP 뉴시스


    중국 증시가 바닥 모르고 추락하면서 뒤늦게 중국 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당황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한국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해외 투자처다. 중국 주식형 펀드에 투자된 돈은 7조원을 훌쩍 넘어 유럽·일본·북미·인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가량 많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할까.


    ◇속절없는 추락…속타는 투자자들


    직장인 차연우(35)씨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경험했다. 섣불리 투자할 엄두를 못 내다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을 돌파한 지난달 주위에서 "6000~7000까지는 문제없다"는 말을 듣고 돈 5000만원을 뒤늦게 중국본토레버리지펀드에 투자했다. 처음에는 일주일 만에 6% 이상 수익이 나더니 바로 그다음 주부터 중국 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차씨의 펀드는 한 달 만에 23.4%의 손실을 기록하며 원금을 1000만원 이상 까먹었다. 차씨는 "단기로 투자해 조금만 수익을 보고 나오자는 계산이었는데 괜히 욕심을 부렸다가 또 한 번 당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난달 12일 5166.35까지 올랐던 상하이지수가 한 달도 안돼 30% 넘게 빠지자 중국 펀드 수익률도 직격탄을 맞았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75개의 평균 수익률은 -20.4%였다. 특히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CSI300상장지수(주혼-파생)(합성)'과 '미래에셋TIGER차이나A레버리지상장지수(주혼-파생재간접)(합성)'은 이 기간 -41.5%, -4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들의 공통점은 중국 CSI300지수가 움직이면 그 2배로 수익이나 손실이 나는 상장지수펀드(ETF)라는 것이다. 펀드 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CSI300에 속한 종목들의 주식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 매니저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 때문에 특정 종목만 하락하는 게 아니라 대형주와 중·소형주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떨어지면서 펀드도 손실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H주(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 펀드 손실은 그나마 덜하다. 한 달 동안 103개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1.9%였다. H주 펀드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는 홍콩 증시가 상하이 증시보다는 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펀드 매니저들은 전했다.


    ◇중국 펀드서 자금 썰물


    자연히 중국 펀드들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6~7월 중국 본토 펀드에서 총 1320억원이 유출됐고, 홍콩 H주 펀드에서도 6월 이후 1190억원이 유출됐다.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자(H)[주식]클래스A' 등 대형 펀드에서는 한 달에 500억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증시가 올 들어 큰 폭으로 오르자 이익을 냈던 펀드 투자자들이 서둘러 환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자금 순유출 규모가 큰 펀드 대부분이 설정된 지 1년이 넘었다. 반면 올 들어 설정된 펀드들은 중국 증시의 급락에도 대체로 현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올해 초 이전부터 중국에 투자한 사람들은 아직도 펀드가 수익 구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반면 뒤늦게 중국 펀드에 가입해 원금을 까먹은 투자자들은 환매 타이밍을 이미 놓친 만큼 차라리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하이지수가 3500을 넘은 시점부터 심한 과열에 접어들었다"며 "지수가 다시 3500선으로 복귀했으니 버블은 대충 끝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정부의 확고한 부양 의지가 있는 만큼 증시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버블의 후유증이 큰 만큼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이 바닥이거나 더 빠지더라도 3400선은 유지할 것"이라며 "손해를 봤다고 지금 펀드를 환매하면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단 조정을 견디고 다음 상승장을 기다렸다 환매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