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發 한국경제 영향 6대 위기 시나리오 긴급점검

    입력 : 2015.07.10 09:24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최근 3주간 30% 이상 빠지면서 중국 증시발 경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관심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수위와 경로다.중국 안팎에서 점쳐지는 중국 증시 발(發) 한국 경제 영향 시나리오를 점검해본다. 대략 6가지 시나리오로 증시 자체보다는 중국 실물경제 둔화를 통해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중국 증시 급락이 단기적으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도 당장은 크지 않을 것"(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15일 6월 경제지표가 포함된 2분기 경제 성적표를 발표한다.


    1)소비 감소 - 내수 주도 성장 방식 전환 차질-실물 경기 둔화 가속


    자산 가격이 뛰면 소비가 늘고,하락하면 소비가 감소하는 패턴이 중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과정에서는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국 증시가 급등할 때인 지난 4월과 5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0%로 5년래 최저수준이라는 건 주가상승에 따른 소비증대 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월스트리트저널)는 분석과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단기적인 소비위축이 크지 않을 것"(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이라는 관측은 맥이 닿는다.


    증시 급등 시기에 소비에 써야 할 자금까지 주식에 이미 투자했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한다고 소비가 더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치훈 중국팀장은 "중국 증시 급락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커져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소비 위축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역상관관계를 보이는 중국 증시와 부동산가격 추이>


    자료:국제금융센터,월간상승률 기준,신규주택가격(70개 도시 지수)


    이 팀장은 "중국 실물경제를 내다볼 때 증시만을 봐서는 안된다"며 "지난해 중국 증시가 급등하면서부터 증시와 부동산이 뚜렷한 역(逆)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5월과 6월 중국 부동산시장이 회복하면서 나타나는 경기회복 기대는 증시 급락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를 상쇄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상반되는 시각도 존재한다. 회생 기미를 보이던 선전 등 일부 대도시 부동산 시장이 증시 급락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선전에서 이미 계약금을 지불한 부동산 투자자들의 구매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중국 일간 화샤시보)는 것이다. 선전 부동산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증시와 동조화를 보였던 곳으로 지난달 말부터 거래량 감소가 뚜렷하다고 화샤시보는 전했다.


    서창배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중국학 교수는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는 수요가 적은데도 난(亂)개발이 이뤄진 2,3선급 중소도시에 집중해있다"며 "시진핑( 習近平)정부의 반부패 운동에 증시급락까지 겹쳐 부동산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부동산 위축은 중국 경제가 지난해 24년 만에 가장 낮은 7.4%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어 향후 부동산 경기가 실물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증시 신뢰 하락-증시 자금조달 위축-은행 대출 의존도 심화-부채위기 부각-중소벤처기업 자금난 심화-실물경기 둔화 가속


    중국 SNS에 떠도는 그림. 중국 건국 이전 인민해방군에게 인민이 "당신들이 떠나 있는 동안 서방의 XX들이 와서 주민들을 괴롭혔다"고 하소연하는 장면.서방자본의 공매도가 이번 증시급락의 주범이고 이를 막기 위해 공산당이 나서기를 바라는 중국 투자자들의 소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국부펀드 산하 후이진이나 공모펀드 기관투자가가 공산당을 상징하는 홍군으로 묘사돼있다.


    "중국 증시 급락이 가져올 더 걱정스러운 문제는 중국 증시에 대한 신뢰상실로 중국의 자본시장 육성이 더뎌질 수 있다"(영국 주간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데 있다. 중장기적으로 은행에 의존한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자본시장 주도 시스템으로 바꿔 부채문제를 해결하려는 금융구조 고도화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집중해 대출을 하는 중국의 은행 위주 금융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중소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중국의 부채 위기는 지방정부 부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1일 열린 한국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규모가 매우 크고 시장이 중국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보면 중국 지방정부 부채문제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증시 급락세로 중국 증시가 2007년 10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중국 은행 대출이 급증한 패턴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 내 부채 규모는 2008년 GDP의 150%에서 2014년 250% 이상으로 급증했다.


    3)신흥 산업 창업 위축-일자리 창출 감소-소비 위축-산업 구조 고도화 차질-실물 경제 둔화 가속


    "증시 급락이 중국 기술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테크차이나아시아)는 진단은 증시발 중국 신흥산업 위기론을 형성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대중 창업, 만인 혁신'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흥산업에서의 창업을 독려해왔다.전통산업에서 신흥산업으로 성장동력을 교체하고 일자리 창출을 늘리기 위한 다중 포석이다.이를 위해선 중소벤처기업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장치(증시)가 발달해야한다.


    중국에서는 광둥성 선전이 세계적인 스타트업기업들이 몰리는 중국판 실리코밸리로 부상하는 동시에 중국판 나스닥인 선전증권거래소의 창예반(創業板)이 급등세를 타고, 상하이증권거래소도 제2의 중국판 나스닥을 개설키로 하는 등 신흥산업에서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시스템이 구축돼왔다.


    하지만 증시 급락세가 지속되고 신규 기업공개(IPO)가 중단되면서 '차이나드림'을 향한 중국내 창업 열풍이 사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중국에서는 증시 급등에다 규제완화와 벤처펀드 설립 지원 등까지 겹쳐 지난해 하루 평균 1만개 이상의 기업이 창업했다.


    특히 신흥 산업의 자금줄로 적합한 자본 시장의 위축으로 중국 정부가 산업구조고도화를 위해 적극 육성하고 있는 첨단기술기업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크차이나아시아는 중국 증시 급등세에 올라타기 위해 미국 증시에서 상장폐지를 단행했거나 추진중인 중국계 기술기업들이 중국 증시 급락 탓에 오도 가도 못하는 '연옥'(煉獄)에 빠졌다고 전했다.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해외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기업 주가도 동반하락해 상장폐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계 IT보안회사인 치후360의 경우 지난 6월 주당 77달러에 주식을 사들여 상장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주가는 6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치후360이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를 하더라도 중국 당국이 신규 IPO를 중단해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는 게 테크차이나아시아의 분석이다.


    4)사회불안 가중-정부 신뢰 위기-정권 안정 위협-시장원리 위배 강경조치 잇따라 단행- 시장 효율.경제 생산성 저하-외국인투자자의 정책리스크 부각-실물경기 둔화 가속


    "중국의 지도부는 이번 시장 위기를 정권의 안정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는 분석은 "증시급락이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의 안방컨설팅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정책(증시안정 조치)과 시장(주가지수 추세)의 간극이 커질수록 중국 증시는 갈수록 정치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시장 원리에 위배되는 조치들이 잇따르면서 감독당국의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게 스탠다드차타드 중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딩수앙의 진단이다. 지난 8일 상장사 대주주와 임원의 사유재산인 보유지분을 반년동안 시장에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 조치 덕에 9일 상하이종합지수는 5.76% 급등했다. 경제 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사유 재산권 보호를 확대해온 기존 노선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4년 헌법에 사유재산 보호 조항을 넣고, 이어 2007년엔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물권법을 제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 당국의 증시 개입은 사유재산에 간여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시장에대한 신뢰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외국인 투자자들로서는 중국 정부가 다급할 때는 시장원리에 배치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정책리스크에 신경쓰게된다.


    사회보장기금이 기금 운용 펀드 회사에 주식을 팔지 팔라고 통지한 것 역시 국민들의 연금으로 운용되는 자산의 손실을 위탁관리 기관이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할 때 나온 지방정부 양로기금의 주식투자 허용 조치 역시 '주식투자자를 위해 국민의 은퇴자금을 희생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언론들은 증시 급락 와중에 주식을 매입하고 매도를 자제하는 것을 '애국을 위한 용기있는 행위'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 주체는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시장의 효율을 극대화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정부가 각종 구제조치를 펼 때마다 따라다니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또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소수의 피해자를 위해 다수의 혈세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5)위안화 자산 투자 회피-위안화 국제화 차질-중국 경제 장기 전망 우려 확산-중국 비즈니스 불확실성 고조


    "중국 증시 급락은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 회피를 확산 시켜 경제대국이 되기 위한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 교수)는 우려도 있다. 서 교수는 중국이 '미국 따라하기'를 통해 경제 대국이 되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고 전했다.


    1950년대 이후 미국에서 증시의 대세 상승과 달러 기축 통화 행보가 동시에 진행된 것처럼 중국도 최근 1년 간의 증시 대세 상승을 계기로 위안화 국제화 행보를 가속화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중국 안팎에서 형성돼왔는데 증시 급락이 3개월 이상 지속 경우 이 같은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진단이다.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한국 기업의 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우려다.


    6)후강퉁-차이나 펀드 통한 한국 투자자 손실 확대-투자 불안 심리 확산-한국 증시 악재


    중국 증시에 후강퉁(상하이와 홍콩증시가 교차매매)과 차이나펀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될 수록 한국 경제엔 악재가 될 수 있다.단기간내 중국증시 낙폭이 커질수록 국내외 자산시장 투자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돼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치훈 중국팀장은 "중국 증시는 외국인 자금의 시총비중이 5%에도 못미쳐 다른 나라 증시와의 동조화가 뚜렷하지 않은데다 한국의 해외증권투자에서 중국증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아 중국 증시 급락이 한국 증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 적"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자체보다는 증시 급락의 외부효과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를 통한 글로벌경제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서창배 부경대 교수)는 시각이 많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에 이어 2위지만,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중국 증시급락은 그리스 디폴트보다 더 큰 악재"(CNN머니)라는 진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CNN머니는 "중국 증시 급락이 중국 경제의 내부 문제 때문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국제 원자재 시장에도 매도세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