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3 09:23
6개월새 국내 기관 지분 6.2% 감소
삼성물산, 소액 주주 잡기 위해 안간힘
삼성물산 (64,400원▲ 800 1.26%)은 제일모직 (178,000원▲ 3,500 2.01%)과의 합병안이 부결될 경우,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을 국내 증권사들이 내놨다고 12일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날 현대증권 (8,590원▼ 40 -0.46%),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발간된 관련 보고서를 배포하고 "국내 다수의 증권사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7일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이 무산될 경우 두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재추진 가능성 때문에 주가가 뛸 것으로 보는 일부 주주들의 의견이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합병이 무산되면 지배구조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도 같은 날 발간된 보고서에서 합병 무산은 제일모직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의 주가흐름에도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6일 발간된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건설시장 축소에 따른 영업가치 감소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도 같은 날 보고서에서 건설, 상사 등 삼성물산 사업부의 영업 환경이 어려움이 있어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되어있다고 삼성물산은 소개했다.
삼성물산은 3일 발간된 의결권 자문회사 ISS의 보고서를 인용해 "ISS가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가 22.6%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ISS는 해당 보고서에서 "합병이 무산되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다"며 "삼성물산 자체 기업 가치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차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삼성물산이 연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합리적 설명없이 미래 불특정 시점에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니 합병에 반대하라는 무책임한 의견"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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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말과 17일 주총을 앞두고 주주명부가 폐쇄된 6월 11일 사이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삼성물산 지분 보유량을 6.2%P 가량 줄였다. 삼성 입장에서는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물산의 이번 발표에 대해 소액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1,259,000원▼ 6,000 -0.47%),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252,000원▲ 0 0.00%)) 등 계열사 지분 때문에 합병이 무산돼도 1~2년 뒤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인 주주들의 경우 합병 무산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보고 삼성 측과 대립하는 이들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개인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는 편이 이득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물산은 6일께부터 개인 소액주주들로부터 합병안 찬성 위임장을 받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퇴직 임원까지 나서서 개인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말과 주주명부가 폐쇄된 올 6월 11일을 비교하면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은 28.5%에서 22.3%로 6.2%포인트 감소했다. 국내 소액주주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매도한 물량은 고스란히 합병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사들인 셈이다.
주총 참석률을 70~80%로 가정할 경우 합병 안건 통과 기준인 참석자 3분의 2를 넘기려면 26.89~33.55%의 지지를 받아내야 한다. 10일 합병 찬성을 결정한 국민연금(11.21%)와 찬성 가능성이 높은 국내 기관투자자(11.05%) 지분을 합쳐도 추가로 4.63~11.29%를 끌어들여야 한다.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줄어들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수월하게 표 싸움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