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아시아-중동 잇는 요충지"...中 52조원 투자 이유있네

    입력 : 2015.07.14 09:43

    "파키스탄과 한국은 32년 넘게 수교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파키스탄은 외환시장을 제외한 모든 영역이 개방된 나라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에너지, 제조업,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하고 투자를 늘리길 기대합니다."


    자히드 나스룰라 칸 주한파키스탄 대사는 "현재 파키스탄 일자리는 대부분 농업에서 창출되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는 서비스 업종이 훨씬 높다"며 "이 때문에 정보통신(IT), 관광 등 서비스 업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파키스탄은 젊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으로 파키스탄 국민의 평균(중간값) 나이는 22.6세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평균 연령은 40.2세다. 파키스탄은 우르드어와 영어 등을 공용어로 사용한다. 정규 교육을 받은 파키스탄인이라면 영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런 사회구조를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파키스탄대사관에서 자히드 나스룰라 칸(Khan) 대사를 만났다. 그는 협상과 설득에 능한 외교관이라기보다, 학자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대답을 할 때는 차분하게 적절한 단어를 골랐다. 칸 대사는 교육 정책이 파키스탄의 경제 발전 계획의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1억8000만명에 달하는 파키스탄 인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구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지요. 파키스탄 정부는 수준 높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정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교육을 잘 받은 인재들을 부가가치가 많이 창출되는 서비스 업종에 투입하면, 장기적으로 파키스탄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길목에 있는 파키스탄은 지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북쪽으로는 중국, 동쪽으로는 인도와 국경을 맞댔다. 중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도로, 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46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유도 이 같은 지리적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나.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인 파트너이자 경제적으로 중요한 협력 상대다. 파키스탄을 찾은 시진핑 중국 주석은 앞으로 10년 동안 460억달러(약 52조원)를 투자해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특구를 만들고, 파키스탄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짓고, 총 1만6400메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에게도 파키스탄은 중요한 협력 상대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중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파키스탄 경제 전망은 어떤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1% 정도다. 파키스탄은 에너지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자원(석유)을 수입에 의존한다. 지금 같이 국제 유가가 낮은 상황은 파키스탄 경제에 유리하다.


    문제는 전력 부족이다. 인구가 많은 탓에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 전력난이 해소되면 경제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파키스탄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1000메가와트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를 확대하고,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외부에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도 늘릴 예정이다."


    -현재 외교·안보 분야에서 파키스탄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카슈미르(Kashmir) 문제다. 이 문제로 인도와 수십년 동안 분쟁을 벌여왔다. 카슈미르 지역이 자치를 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 문제를 인도 정부와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파키스탄 정부의 입장이다. 파키스탄의 외교정책 기조는 '평화로운 이웃(peaceful neighbor)'이다. 포괄적인 대화를 통해 외교 문제를 다룬다.


    1990년 1월, 인도 북부 카슈미르 지역의 이슬람교도들이 분리독립을 요구하자 인도 정부는 무력으로 진압했고, 배후로 파키스탄을 의심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접경지대에 군을 배치하고 국경을 봉쇄하는 등 긴장관계에 놓였다.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카슈미르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외교관계는 여전히 경색된 상태다."


    -이웃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무게감이 한층 커졌다. 파키스탄에게는 부담 요인이 아닌가.


    "인도는 경제나 인구 면에서 대국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를 압박할 권리는 없다. 파키스탄 총리는 카슈미르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인도로 직접 가서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카슈미르 문제에 관해 큰 진전은 없지만, 인도 정부와 계속해서 대화할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상당히 많은 아프간 난민이 파키스탄으로 유입된 것으로 안다. 파키스탄 사회가 난민 때문에 불안정해지진 않았나.


    "파키스탄은 아프간 난민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110만명 정도다. 파키스탄으로 아프간 난민이 유입된지 1년이 넘었지만, 우리 정부는 굳이 난민들을 내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절차에 따라 이민 신청을 하면 받아준다.


    사실 이미 많은 아프간인들이 파키스탄에 정착해 살고 있다. 1979년 당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많은 난민들이 파키스탄으로 이동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하길 원한다.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한하고 있고,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무슬림 국가다.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은 파키스탄에게도 도움이 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극단주의 세력에게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파키스탄군은 파키스탄탈레반(TTP) 소탕 작전 1년만에 반군 약 2700명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의 활동이 파키스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파키스탄 정부는 공군까지 동원한 군사작전을 폈고, 대략 3000명이 넘는 탈레반을 사살했다.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테러가 발생한 게 결정적이었다. 파키스탄에서 테러범을 몰아내야 한다는 범국가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올해 말까지 탈레반을 완전히 몰아내는 게 파키스탄 정부의 목표다."


    -무슬림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는 여성의 권리가 낮다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경우엔 어떤가.


    "이슬람 문화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한다. 언론에 묘사되는 것처럼 동의 없이 결혼을 강요하는 등, 여성을 억압하지 않는다. 파키스탄은 여성 수상을 배출한 나라이고, 현재 국회의원 중 20%가 여성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공군에는 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있고, 파키스탄에 최초로 오스카상을 안겨준 영화감독도 여성이다."


    -통계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문맹률이 훨씬 높다.


    "문맹률의 성별 격차는 파키스탄 경제의 구조적인 상황과 맞물린 문제다. 파키스탄 인구 대다수는 지방에 살고 농업에 종사한다. 학교까지 거리가 10~15킬로미터에 달하는 등 먼 것도 문제고, 농민들은 자녀들을 일일이 학교에 보내기 어렵다. 파키스탄 농민의 65%가 소작농이다. 자녀들도 농사일을 도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가족이라면 딸들은 집안일을 거든다.


    도심 지역은 문맹률이 낮고, 성별간 격차도 크지 않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방에 학교를 더 많이 지으려고 노력하고, 여학생들을 위해 여교사를 더 많이 보내려고 한다."


    -대사로서, 바꾸고 싶은 파키스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9.11 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안 좋아졌다. (서구) 언론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런 고정관념은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서, 일개 대사가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슬람교는 본래 관용적인 종교라는 점이다. 테러를 일삼는 극단주의 무장세력은 국제사회의 변동과 정치적인 충돌 속에서 생겨났다. 예를 들어 탈레반은 소련의 침공으로 등장했고, 알카에다도 정치적인 상황으로 결성됐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등장은 종교보다는 정치와 전쟁사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언론 보도만 접해선 파키스탄과 파키스탄 국민에 대해 오해하기 쉽다. 파키스탄을 한 번이라도 여행해본 한국인이라면, 우리나라에 호감을 느낄 것이다.


    주한파키스탄대사관은 더 많은 한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고양 킨텍스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국립도서관에서 전시회를 했다.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