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는 성에 안 차... 뭉칫돈, 투자자문사 노크

    입력 : 2015.07.17 09:28

    [중·소형주 강세에 여의도 투자자문사 춘추전국시대]



    독특한 투자철학·기법 무장, 규모 작아 변화에 즉시 대응… 한 달새 1000억원 몰리기도
    고수익 미끼로 투자자 현혹… '짝퉁 자문사'도 덩달아 기승


    올 초 설립된 '더퍼블릭투자자문'은 고려대에서 꽤 유명한 투자 동아리 출신의 30대 청년 5명이 모여 만든 새내기 자문사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들이 만든 신생 자문사인데도, 이들의 투자 전략에 공감한 자산가들이 돈을 맡기면서 10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이 자문사에 돈을 맡겼다는 대형 증권사의 A상무는 "인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본인들의 철학과 실력으로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을 것 같아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출신인 선형렬 에이원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3월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리자마자 단숨에 100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대형 운용사도 모으기 힘든 금액을 신생 자문사가 단 한 달 만에 모은 것이다.



    '제2의 박현주'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여의도로 모여들고 있다. 중·소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저마다 특색을 내세우는 자문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유례없는 초저금리에 실망한 '큰손'들은 주가 강세에 베팅하면서 자문사에 뭉칫돈을 맡기고 있다. 자문사는 보통 1억원 이상 넣어야 이용할 수 있어 가입 문턱이 높은 편이다. 통상 자문사 거래는 일임매매(알아서 투자해 달라고 전적으로 맡기는 것) 방식으로, 자문사는 투자자의 증권사 계좌를 통해 매매하게 된다. 최근 자문사 상품에 1억원을 맡겼다는 주부 이모(42)씨는 "펀드는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2개월은 지나야 알 수 있어 답답했는데 자문사는 내 돈이 어떻게 투자되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자문업계에 몰리는 돈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문사 계약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34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2%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6조8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자문사는 펀드 운용에 불만을 가진 자산가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덩치가 커진 것이다. 총 임직원 수도 1438명으로, 1년 전보다 161명 늘었다.



    자문사 중에는 남다른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끄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 9개월간 일반 주식형 상품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자문사는 토러스투자자문(114%)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68%)을 훌쩍 뛰어넘는다. 김재범 토러스투자자문 상무는 "건설·건자재·제약·바이오 등이 주도주가 될 것이라 보고 선점(先占) 투자했는데 이런 예상이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는 "덩치 큰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들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반면 자문사는 몸집이 가볍다보니 의사 결정이 빠르고 시장 변화에 즉시 대응해서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다양하게 진화하는 투자자문사

    최근 자문업계에선 '자문사=고위험·고수익'이었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의 3배 정도인 연 6% 정도를 목표로 하는 자문사가 있는가 하면, 2년만 유지하면 원금은 반드시 보장되는 상품을 파는 자문사도 인기다. 메자닌(에이원·수성에셋·시너지), 스팩·코넥스(리코), 롱숏(타임폴리오·그로쓰힐), 채권(아샘·한국채권), 시스템 매매(쿼크), 공모주(포커스·파인밸류) 등 저마다 내세우는 상품 경쟁력도 다르다.



    물론 예전보다 눈높이가 낮아진 중수익 자문사 상품이라고 해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금을 까먹을 위험은 있다. 자문사 붐을 등에 업고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짝퉁 자문사'에도 주의해야 한다. 또 단기 수익률만 따질 게 아니라 회사의 재무 상태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160개 자문사 중 38%인 61개사가 적자(赤字)를 기록했다. 자문사는 투자자와 일대일로 계약하고 자금 운용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 이때 고객 수익률이 좋으면 기본 수수료에 성과 보수까지 받게 돼 수익이 좋아진다.



    본지가 국내 자문사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최근 2년간 매 분기 10억원 이상 순이익을 올렸던 곳은 케이원·머스트 등 2개사였다. 케이원은 은둔의 고수로 유명한 권남학 대표가 이끄는 자문사이고, 머스트는 서울대 가치투자동아리 출신인 김두용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